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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66> 인터넷 검색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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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Bing)’을 아십니까? 마이크로소프트(MS)가 6월 초 내놓은 새 검색엔진입니다. 지난달 말 현재 빙의 미국 검색시장 점유율은 8% 선. ‘소프트웨어 제국’ MS의 실적으론 좀 약한 듯한테 미국 시애틀 본사의 분위기는 꽤 좋다고 하네요. MS가 다른 업체들이 이미 선점한 검색엔진 시장에 이처럼 발 걸치려 애쓰는 의도는 뭘까요. 과거 디지털 세상으로 들어가는 관문은 ‘MS 윈도’였습니다. 지금은 구글입니다. 검색시장의 지배력을 앞세워 구글은 우주 인터넷부터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미래 비전을 손수 창안하려 합니다. 그 아성을 야후·MS·네이버 같은 국내외 경쟁사들이 호시탐탐 노립니다. 갈수록 커지는 검색의 힘, 그 원천을 알아봅니다.

#돈
글로벌 검색 시장점유율 1% 가치는 4조원

‘차차’ 5800만 달러, ‘엔데카’ ‘코스믹스’ 각각 5500만 달러, ‘라이크닷컴’ 4800만 달러…. 3년 새 우리 돈으로 6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신생 검색엔진 회사들이다. 인도 출신의 사업가 C H 찬드라는 “세계 검색 시장은 구글·야후 같은 회사들이 강력하게 버티고 있다. 그럼에도 2006년 이래 등장한 9개 검색엔진 회사는 평균 4000만 달러(약 500억원)의 벤처자금을 유치했다”고 전했다. 찬드라 역시 2월 야우바(Yauba)라는 검색엔진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parkys@joongang.co.kr

투자가 몰리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JP모건에 따르면 1998년만 해도 미미하던 글로벌 검색 시장 규모는 2011년 493억 달러(약 6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은 구글 65%, 야후 15% 선이다. 우리나라에선 네이버가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미디어그룹 블룸버그는 올 초 “글로벌 검색 시장 1% 점유율의 가치는 33억 달러(약 4조원)”라고 추정했다. 검색 산업에는 광고 실적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보다 더 큰 잠재성이 있다는 뜻이다.

#권력
검색 순위에 따라 오프라인 회사 흥망 결정

최근 3년간 생산된 정보량이 그 이전 역사 전체보다 더 많은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정보가 넘칠수록 옥석 가리기가 쉽지 않다. ‘검색되지 않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점점 설득력을 얻어 간다. 당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웹사이트가 인기 검색 대상 10걸에 든다면? 복권 당첨이 부럽지 않을 게다. 그래서 생겨난 신조어가 ‘구글 댄스(Google Dance)’다. 구글 검색 순위에 따라 웃고 울고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 그에 따라 춤추는 현실을 가리킨다. 국내에서도 네이버나 다음·네이트 같은 포털에서 검색 결과를 결정하는 알고리즘 하나만 바뀌어도 어떤 회사는 인지도가 확 올라가고 어떤 회사는 낙담한다.

검색업체의 더 큰 힘은 사용자의 ‘인터넷 항해’ 기록 자체에서 나온다. ‘웹 2.0’의 개념을 창안한 존 바텔 페더레이티드미디어 회장은 검색을 거대한 ‘의도의 데이터베이스(Database of Intention)’라고 정의했다. 사람들은 매일 검색창에 자신의 기호와 욕망·현실·희망·두려움 등이 투영된 ‘의도(검색어)’를 입력한다. 게다가 10년 안에 인터넷은 TV·자동차·가전제품·공공시설 등 칩 내장이 가능한 모든 대상으로 확장될 것이다. 그렇듯 방대한 검색 기록과 이동경로를 손금 보듯이 함으로써 검색 업체들은 웹을 활용한 온갖 돈벌이 수단을 찾아낼 것이다. 요컨대 검색은 이동경로를 낳고, 이동경로는 수익을 낳는다.


검색은 현대 산업의 패러다임까지 바꿨다. 이제 기업 광고와 마케팅은 인터넷에서 ‘누가 몇 번 클릭했는지’를 금과옥조로 여기게 됐다. 음악·영상·뉴스·부동산·쇼핑 산업이 뿌리부터 변하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앞으로 사용자의 물리적 위치에 가장 유용한 정보를 자동으로 찾아 주는 지역 검색 서비스가 활성화하면 검색엔진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미래
정보 주고 받으며 똑똑해져 … 인공지능 곧 등장

“10년 뒤 검색엔진은 인공지능과 비슷해진다. 사용자의 지리적 위치와 검색어의 사회적 맥락을 파악해 인류의 삶을 바꿀 것이다.” 지난해 10월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미래 검색엔진은 인터넷 기능이 내장된 각종 기기를 통해 방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점점 더 똑똑해질 것이다. 영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생체 인공지능 컴퓨터가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발달한 검색엔진은 인류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안락하고 예측 가능한 삶을 제공할 것이다. 사용자의 현재 위치, 자주 가는 장소와 친한 친구 등을 파악해 가장 적합한 형태의 전달 매체(미디어)로 검색 결과를 보여 준다. 시각 자료를 사진처럼 저장해 뒀다가 필요할 때마다 찾아 보여 주는 최고의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부작용 우려도 만만치 않다. 고도로 발달한 검색엔진이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지적은 이미 곳곳에서 현실로 드러난다. 미국의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 니컬러스 카는 저서 『빅 스위치』에서 “인터넷은 문화의 질을 낮추고 중산층 붕괴를 가속화하며 사생활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쁜 정부’가 등장해 고도로 발달한 검색엔진을 감시와 통제의 도구로 활용할 경우 그 해악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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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검색엔진 변천사

초창기 검색 엔진들의 초기화면.

# 1990년
아키(Archie)
‘월드 와이드 웹’(WWW)이 등장하기 전 캐나다 맥길대 재학생 앨런 엠티지가 만든 최초의 검색엔진. 검색자를 파일이 보관된 서버와 연결시켜 줌. 기술자·학자들이 주로 사용. 원래 이름은 ‘아카이브’였으나 후에 ‘아키’로 축약.

# 1993년
베로니카(Veronica)
미국 네바다대 학생들이 개발. 찾고자 하는 파일과 검색자를 직접 연결. 문서의 제목 인덱스만 보여 줌.

WWW 원더러(WWW Wanderer)
미국 MIT 기술연구소의 매튜 그레이가 개발한 로봇형 검색엔진. 날로 확장되는 웹을 돌아다니며 사이트들의 인덱스를 자동 형성.

# 1994년
웹크롤러(WebCrawler)
미국 워싱턴대 연구원 브라이언 핀커튼이 만듦. 제목뿐만 아니라 전체 텍스트를 처음 인덱싱함. 포털사이트인 ‘아메리카 온라인(AOL)’이 95년 100만 달러를 주고 인수. ‘검색 사업 인수 열풍’의 물꼬 틈.

알타비스타(AltaVista)
미국 컴퓨팅업체 DEC의 연구원 루이스 모니에르가 이 회사가 개발한 고성능 칩(알파칩)의 속도를 자랑하려 만듦. 한 번에 약 1000개의 ‘크롤러(웹 사이트 간을 오가는 정보수집용 프로그램)’를 돌려 유례없이 많은 인덱스를 형성. 컴팩·오버추어 등에 잇따라 인수됐다가 사라짐. 97년 무렵까지 ‘검색의 왕’으로 군림.

라이코스(Lycos)
미국 카네기멜런대 마이클 몰딘 박사가 개발. 라이코스란 이름은 그물에 먹이가 갇히길 기다리기보다 직접 찾아나서는 독거미 ‘라이코시다’에서 따온 것. 웹사이트 간 링크(연결)에 최초로 주목함. 99년 최고 인기 누리며 스페인 통신업체 ‘테라’에 팔렸으나 영향력이 현저히 약화. 현재 주인은 한국의 ‘다음’.

# 1995년
익사이트(Excite)
스탠퍼드대 동창 6명이 공동 개발. 웹페이지들을 개념에 따라 그룹으로 묶는 기술을 처음 공개. 무료 e-메일, 개인별 맞춤 웹페이지 서비스도 최초 제공. 90년대 말 야후와의 합병 무산되면서 2002년 파산.

야후(Yahoo)
‘성공한 포털’의 원조. 애초엔 인터넷 항해를 돕는 홈페이지로 출발. 뿌리는 스탠퍼드대 학생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가 94년 만든 ‘제리와 데이비드의 월드와이드웹 가이드’. 각 링크를 예술·과학·비즈니스 등 카테고리별로 분류해 히트. 95년 검색업체 ‘오픈텍스트’와 제휴하면서 검색 기능 덧붙임.

# 1996년
구글(Google)
스탠퍼드대 대학원생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창안. 한 사이트에 연결된 다른 사이트들을 역으로 찾는 ‘백 링크’ 기술 개발 과정에서 탄생. 가장 많은 링크를 가진 인기 사이트부터 목록화하는 ‘페이지랭크’가 핵심. 각종 검색엔진·포털의 순위 매기기는 여기서 비롯됨. 강력하고 객관적인 검색 결과로 오늘날 ‘인터넷 검색엔진의 제왕’으로 불림.

# 2009년
빙(Bing)
‘인터넷 게이트(입구)’를 장악한 구글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회심작.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관련 검색어를 제안하는 등 사용자 편의에 초점 맞춤. 쇼핑·지역·여행·건강 등 대중의 관심이 높은 4개 분야에 집중.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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