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소년교도소 관악연주단 정기연주회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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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자유인들의 영혼을 갇힌 자들이 음악으로 깨웠다. "

29일 오후7시 대전시중구 오류동 대흥침례교회 본당. 4천여명의 청중이 교회안을 가득 메운 가운데 무대에는 짧은 머리의 젊은 관악연주단이 등장했다.

이들은 천안소년교도소에 복역중인 20세 안팎의 재소자 52명으로 구성된 '충의소년단악대' . 소년단악대는 대전지방교정청 (청장 姜信雄) 이 재소자들의 평소 갈고닦은 연주와 노래솜씨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한 '갇힌자들의 열린음악회' 막을 열었다.

올해로 12회째 정기연주회를 열었을 만큼 연주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충의소년단악대는 이날 음악회에서 요한스트라우스의 '라데츠키행진곡' .브람스의 '헝가리안무곡' 등 5곡을 연주했다.

이어 같은 교도소 사물놀이패 (9명) 의 '넘김새' . '삼채' 등 신명나는 사물놀이가 끝나자 장내는 복도까지 들어선 청중들의 박수소리로 떠나갈 듯했다.

사물놀이패 김경수 (22.가명) 씨는 "음악을 통해 사회에서 새로운 사람이 될 수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며 "오늘의 감흥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고 말했다.

소년단악대 연주에 한껏 고조된 연주회장은 '청주여자교도소' 율동찬양팀 (11명)' 이 무대에 오르자 출연자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감동적인 화합의 장면을 연출했다.

율동팀은 '서로 사랑하자' 라는 주제로 최신 유행가의 리듬에 맞춰 신나는 율동을 보여줬다.

이어 같은 교도소 재소자 24명으로 구성된 성가합창단이 '이 믿음 더욱 굳세라' 등 성가 (4곡) 를 부를 때 장내에는 숙연함 마저 감돌았다.

합창단에 청중들로부터 '앵콜' 요구가 이어지면서 음악회는 예정시간 (1시간 30분) 을 30분이나 넘겨야했다.

특히 음악회 마지막에 여자 재소자들과 가족이 함께 어우러져 '고향의 봄' 을 합창하는 순간 청중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청중 이원순 (50.여.대전시서구갈마동) 씨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노래와 연주에 흠뻑 빠졌다" 고 즐거워했다.

姜청장은 "한 순간 잘못된 생각으로 범죄를 저지른 재소자들을 음악을 통해 교화하면서 출소 후 사회 적응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 주기 위해 음악회를 열었다" 고 말했다.

대전 =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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