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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광고모델 섭외서 출연까지 뒷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요즘 광고에는 낯선, 그러면서도 친근한 얼굴들이 나온다.

비싼 돈주고 스타들을 내보내기는 좀 힘든 기업들이 일반인들을 등장시킨 때문이기는 하지만 이런 광고가 아주 좋은 반응을 얻는 경우가 있다.

어느새 광고를 통해 낯이 익은 일반인 모델들을 보면 이런 의문이 들 법하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누굴까. 어떻게 광고 모델로 나오게 됐을까. " '고객이 OK 할 때까지' 라는 어느 그룹 이미지 광고에는 딱딱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환한 미소를 피우는 중년 남자가 나온다.

답을 먼저 말하면 그는 광고제작사의 간부다.

제일기획 광고8팀장인 임대기 (43) 국장. 처음 제일기획은 고객의 표정이 변한다는 골자를 잡아놓고 몇몇 모델의 사진을 광고주에게 보였다.

모두 전문모델이었지만 그중에 임국장의 사진이 끼어있었다.

사연인 즉 평소 그의 웃는 모습을 눈여겨 봐왔던 직원이 사진을 함께 낼 것을 강하게 주장했던 것. 그런데 그게 선택됐다.

시청자의 반응도 좋아 8월1일 시작한 이 광고를 연말까지 5달동안 계속 내보낸다는 계획. 보통 방송광고의 생명은 2~3개월이다.

아내가 주는 감기약을 먹고 밤새 싹 나아서는 남편이 아침에 "아내 말을 잘 들읍시다" 고 하는 어느 감기약 광고. 남편이 그렇게 선량해 보일 수 없다.

주인공은 치과의사 홍영안 (38) 씨. 광고중의 아내도 진짜 부인인 이유경 (34) 씨다.

70여쌍의 일반인 부부중 '아내 말을 가장 잘 들을 것 같은 모습의 남편' '남편을 제일 잘 챙겨줄 것 같은 인상의 아내' 에 들어맞아 선택됐다.

게다가 인터뷰때 실제 홍씨가 감기에 걸려 있던 것도 발탁 사유중 하나였다는 게 광고제작사의 귀띔이다.

이들은 조카가 광고모델 섭외 전문회사 사람과 아는 사이라 낙점 대상이 됐다.

모델료는 3백만원. 촬영도 광고장면처럼 실제로 밤부터 새벽까지 이뤄졌는데 "너무 힘들어 다시 제의가 오면 생각해 봐야겠다" 는게 홍씨의 말이다.

'햇살, 햇살…' 하는 어느 간장 광고의 여주인공 이보영 (23) 씨는 대학교 때 광고 단역으로 나왔다가 모델 에이전시에 등록된 뒤 일약 주연이 된 경우. 하지만 '햇살…' 광고 출연당시 그는 버젓이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업체에 다니는 회사원이었다.

'햇살…' 광고로 알려져 지금은 정부 홍보영화도 촬영하고 있다.

'햇살…' 광고제작사 상암기획에 따르면 모델료는 밝힐 수 없으나 3백만원보다 '쬐끔' 많은 수준. 이들은 일반인이지만 어떻게든 광고제작사, 또는 모델 에이전시와 약간의 관련은 있어 광고 모델로 나서게 됐다.

하지만 더 중요한 한가지는 하나같이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것. 역시 세상은 힘들어도 웃고 살 일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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