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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 글렌의원 무중력상태 노화규명 실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29일 오후 2시 (현지시간) 36년 만에 다시 우주궤도에 오르는 인류 사상 최고령 우주인 존 글렌 (77) 미 상원의원의 우주비행이 미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번 글렌 의원 우주비행의 1차 목적은 무중력 상태가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것. 발사장 주변은 인파가 몰리면서 호텔방이 동나는 등 '글렌 특수 (特需)' 에 즐거운 비명이다.

◇노화비밀 규명하기 = 글렌 의원은 무중력 상태에서 수면장애.면역체계약화, 균형성 상실, 체액과 뼈의 손실 등 30여 가지의 노화비밀 규명을 위한 실험대상이 된다.

글렌은 과학.의학 실험을 위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조종석 뒤칸에 설치된 실험실에서 얼굴과 가슴부위에 21개의 전극을 부착한 채 인체비밀을 캐기 위한 실험에 참여한다.

이번 실험에선 맥박.심장박동.체온변화를 비롯해 소변의 속도까지 기록된다. 실험의 초점은 무중력으로 인한 근육 단백질의 파괴현상을 밝히는 것. 글렌은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료들의 소변을 직접 받아 검사한다.

미 우주항공국 (NASA) 은 "글렌이 이미 각종 신체검사와 적응훈련을 무사히 마쳤기 때문에 비행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밝혔다.

하지만 우주선 안에 고령자를 위한 응급시설이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돌발상황에 처할 경우 어려움도 예상된다.

디스커버리호는 노화의 비밀을 캐는 실험에 그치지 않고 암세포에 대한 항암제 투여 등 80여 가지의 생화학.생명공학 관련 실험도 할 예정이다.

◇발사장 주변 = 발사장면을 보려는 인파가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에 위치한 케네디 우주센터 주위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우주센터 인근 소도시 코코아 비치에는 발사 당일까지 3천5백명의 취재진과 30여만명의 관광객이 인구 2만5천명의 코코아 비치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직접 우주센터에서 발사장면을 지켜볼 계획이어서 열기를 더하고 있다.

코코아 비치 1만여개에 이르는 호텔방은 모두 동이 났다.

발사 장면이 가장 잘 보인다는 스페이스 뷰 공원의 20달러짜리 입장권도 이미 1만여장이나 팔렸다.

식당과 상점들도 몰려드는 손님에 손이 달릴 지경이다.

글렌 특수는 코코아 비치에 약 2천만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발사 당일 극심한 교통난에 대비, 학교측은 통학버스에 식수.간식을 준비하는가 하면 일부는 휴교까지 검토 중이다.

◇기타 화젯거리 = 이번 우주여행에서는 10여 가지 흥미로운 실험도 시도된다.

그중 사상 최초로 우주로 나가는 바퀴벌레가 큰 관심거리다.

최악의 조건에서도 살 수 있다는 바퀴벌레의 생존력이 실험 목적. 우주여행에 나서는 9마리의 바퀴벌레에는 알을 품은 3마리가 포함돼 있다.

40대의 일본 여성 우주인이 이번 우주여행에 동반하는 것도 화젯거리. 주인공은 우주실험 전문가 무카이 치아키 (46) .그녀는 "이번 비행은 글렌의 비행이 아니라 NASA의 비행" 이라며 언론의 관심이 글렌 의원에게만 쏠리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염태정.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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