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김정일 획기적 제안 없었던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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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결과에 대해 미국 측으로부터 개괄적인 설명을 들었다고 정부 소식통들이 7일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한 당국자는 “관련국 간의 정보 공유 차원에서 주미 한국 대사관을 통해 방북 결과를 간략하게 전달받았다”며 “보다 상세한 설명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만나 자신의 방북 결과를 설명한 뒤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도 “클린턴 방북에 대해서는 사전 정보 제공은 물론이고 사후에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구체적으로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관련 소식통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북한 측은 대체로 기존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북·미 관계에 관한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대결 국면이 미국 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 뒤 미국이 이를 철회할 경우 비핵화 문제를 포함한 현안을 미국과 직접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획기적인 제안은 없었던 듯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이번 김정일-클린턴 면담이 북핵 문제나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해 김 위원장의 견해를 보다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미국 측과의 협의 채널을 긴밀하게 가동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했지만 안부 인사를 하는 정도였을 것이며 여기자 문제 이외에는 아무런 협상 권한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클린턴 방북의 의미는 클린턴의 말보다는 김정일 위원장이 면담에서 어떤 말을 했느냐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 소식통은 “이번 주말을 넘기면 미 정부 차원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결과가 정리돼 우리 측에도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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