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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랜드, 천 자르는 재단 공장에 먼지 하나 없고 곳곳에 화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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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남성복 시장에서 정상급 브랜드로 자리를 굳힌 파크랜드도 ‘그린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생산공정을 합리적으로 관리, 낭비 요소를 줄여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새 상품을 디자인한지 열흘 안에 제품이 만들어 질 정도로 공정이 빠르다. 생산한 제품은 창고 대신 곧 바로 전국의 470여개 매장으로 보내진다. 창고에 넣어 보관하는데 들어가는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창고가 있지만 이월상품만 넣어둘 뿐이다.

또 생산공정을 자동화해 생산비를 줄이고 있다. 재단기와 재봉기는 모두 컴퓨터 로 제어한다. 봉제용 기계를 생산하는 해외 유명 회사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파크랜드가 주요 고객이다. 새 기계를 만들면 파크랜드를 찾는다. 해마다 시설투자비로 40억∼50원을 배정할 정도로 ‘큰 손’이기 때문이다. 파크랜드는 첨단 자동화 생산기계를 설치해 인건비 인상 압박을 이겨내고 있다.


이 회사는 전국의 매장이 필요로 하는 의류를 재빨리 보내기 위해 전국에 3곳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물류센터는 물류전용 전산시스템, 이동식 행거, 상·하차 장비 등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여기에다 판매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고 가두점에서만 판매한다. 물류회사도 직영한다. 생산한 제품을 매장까지 직접 배달해 소비자를 만나는 것이다. 같은 원료를 사용해도 경쟁의류 보다 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이러한 원칙을 1973년 창사 이래 지키고 있다.

전속모델로는 대한민국 대표정장 브랜드인 파크랜드는 송승헌, 여성복 프렐린은 이태란, 남성정장인 오스틴리드는 김성수가 활동하고 있다.

국내의 많은 봉제공장이 인건비가 싼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옮겼지만 파크랜드는 생산성을 높이는 그린 경영으로 국내에서 당당하게 버티고 있다.

파크랜드는 1973년 5월 태화섬유로 출발했다. 셔츠와 바지를 만들어 주문자 상표부착방식(OEM)으로 크리스찬 디올, 이브생 로랑 브랜드로 수출해 오다 88년 내수 브랜드로 파크랜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98년 회사명을 파크랜드로 바꿨으며 6개 국내 공장에 16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자동화로 인건비 감당 파크랜드 곽국민 대표
“전 직원 정규직, 국내 생산 전통 지키겠다”

국내 의류 브랜드들은 인건비를 감당못해 1980년대 후반들어 거의 한국을 떠났다. 그러나 파크랜드는 73년 설립한 뒤 국내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합리적 가격대의 실용성을 내세우는 남·여 정장·캐주얼 브랜드인 파크랜드·보스트로·프렐린 등 10여개의 브랜드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곽국민(사진) 대표이사를 만났다.

-국내생산을 계속하면서 해마다 오르는 인건비를 어떻게 감당하나.

“의류업체는 인건비가 생산비의 80%를 차지한다. 생산공정을 자동화하고 시설을 현대화 하면서 인건비 인상을 견디고 있다. 해외에서 비싸고 좋은 의류 생산설비가 나왔다 하면 사들인다. 공정 관리를 과학적으로 한다. 의류생산은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흐름의 작업’이다. 일감이 흐르다 병목현상이 생기는 곳의 문제점을 재빨리 분석해서 바로 해결한다.”

-생산성이 높은 이유는.

“비슷한 의류업체보다 우리는 인건비를 30% 더 지출한다. 높은 임금과 훌륭한 복지시설을 근로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에 경영의 최우선을 두고 있다. 우리회사는 노조가 있지만 지금껏 분규를 한번도 겪은 적이 없다. 정년퇴직이 아니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노동력이 안정돼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한명도 쓰지 않고 비정규직도 없다. 이런 점들이 작업의 숙련도를 높이고,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언제까지 한국에 생산기지를 둘 것인가.

“한국에서 마지막까지 생산하는 의류업체로 남고 싶다는게 창업주 회장님의 소신이다. 그 정신에 따라 국내 생산을 끝까지 할것이다. 중국도 인건비가 오르는데다 중국 근로자의 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국내 생산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다른 나라 섬유업체 관계자들이 우리 회사를 방문해 비싼 인건비를 자동화 설비와 합리적인 경영으로 이겨 내는 것을 보고 감명받고 돌아간다.”

-다른 분야에는 진출하지 않나.

“돈벌어 딴데 쓰면 망한다. 옷값은 옷 만드는데 사용해야 한다. 정직하게 벌어 재투자할뿐이다.”

-제품 디자인에 만족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우리는 우수한 디자이너를 보유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경기가 어려워도 디자이너를 패션 선진국인 프랑스·이탈리아·영국에 보내 공부시킨다. 그래서 파크랜드 하면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품질을 떠올린다.”

-직원을 자주 매장에 내보내는 이유는.

“모든 직원을 주말에 매장을 찾아가 어려움을 파악토록 하고 있다. 책상에서 생각하지 말고 매장 주인을 직접 만나 이야기 들으면 자극받게 된다. 매장의 판매사원이 굉장히 중요하다.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고 우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요즈음 경제상황이 어려운데.

“어려울 때가 한번씩 있어야 한다.경기가 안 좋을 때 경쟁사의 시장진출 시도가 줄어들고 도덕적으로 풀어졌던 자세도 바로잡을 수 있다. 경기가 좋을 때가 더 불안하다.우리 회사는 지난해 보다 올해 매출이 좋기 때문에 걱정을 하지 않는다.현재 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하는 추세여서 자신있다.”

-전속모델을 송승헌·이태란·김성수로 내세운 이유는.

“소비자층이 젊어지고 같은 계층이라도 참신해지고 있다. 모델을 바꾼 뒤 매출이 여성복의 경우 100% 올라갔다. 올드화된 브랜드의 이미지를 바꾸려는 시도다.”

-경리 부서에 요구하고 있는 ‘전략적 경리’가 무엇인가.

“어제 같은 오늘이면 망한다. 성공했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기업은 창조적인 일을 해야 한다.비창조적인 일은 비용이다. 비용이 발생한 뒤 지출하는 ‘사후 경리’는 필요없다. ‘이렇게 하면 이익이 극대화 된다’는 살아있는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도 생기지 않는다. 이익창출을 낼 도전을 계속하겠다.”

-앞으로 경영방침은.

“부담없는 가격으로 청소년부터 노인층까지 세대에 맞는 차별화된 정장을 내놓겠다.‘좋은 옷을 좋은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한 우물만 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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