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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진돗개와 풍산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개는 충직하고 의리 있는 동물이다.

그래서 사람 가운데 의리 없고 배신 잘하는 사람을 가리켜 "개만도 못하다" 고 욕한다.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개가 사람에게 도움을 주거나 주인의 은혜를 갚은 내용을 주제로 한 설화들이 많다.

이를 의견 (義犬) 설화라고 한다.

의견설화를 유형별로 정리해 볼 때 가장 많은 것이 진화구주형 (鎭火救主型) 이다.

주인이 장에 갔다 오는 길에 술에 취해 길가 풀밭에서 잠들었는데, 담뱃불로 인해 불이 나자 개는 냇물을 오가며 몸에 물을 적셔 불을 꺼 주인을 구하고 자신은 지쳐 죽었다는 내용이다.

전북 임실군 둔남면 오수리 의견설화가 대표적이며, 그밖에 21곳에 분포한다.

정확한기록은 없으나 오수리 의견은 진돗개가 아니었을까. 진돗개는 영리하고 충직하기로 유명하다.

임진왜란때 진도의 모든 개들이 어느날 일제히 한 방향을 향해 짖어 대더니 다음날 수많은 왜군 배들이 그쪽으로부터 나타났다는 전설이 있다.

진돗개는 귀소 (歸巢) 본능이 뛰어나다.

지난 94년 1월 진도에서 대전으로 팔려 갔던 진돗개가 7개월 만에 옛 집을 찾아온 얘기는 당시 대단한 화젯거리였다.

진돗개의 유래에 대해서는 그동안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유입됐다는 설과 고려시대 삼별초 (三別抄) 의 난 때 몽고 군견 (軍犬) 이 진도에 남았다는 설 등 여러 설이 있었다.

학계에서는 진돗개가 신석기시대부터 우리나라에 살아 온 것으로 추정해 왔다.

이는 96년 전남 해남에서 발굴된 3천년전 것으로 추정되는 개뼈가 진돗개뼈로 밝혀짐으로써 사실로 확인됐다.

진돗개가남한을 대표한다면 북한을 대표하는 개는 풍산개다.

함남 풍산 특산인 풍산개는 용맹하고 인내심이 강하다.

추위를 잘 타지 않아 영하 30도 혹한에도 밖에서 집을 지킨다.

맹수사냥용으로 알맞아 호랑이.곰사냥에 풍산개를 사용해본 러시아 사냥꾼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일요일 서울 장충공원에서 열린 우수 진돗개선발 전국대회에서 진돗개와 풍산개가 맞붙었다.

각각 세 마리가 격돌했으나 결과는 1승1무1패로 무승부. 끈기는 진돗개, 체력은 풍산개가 우세하다는 관전평이었다.

우리나라 토종견의 우수성을 알리려는 당초 의도와 달리 남북대결이 돼 버린 점이 아쉽기는 해도 서양개만 좋아하는 애견가들의 머리 속에 토종견의 우수성을 심어 줬다는 점에서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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