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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후계자 여기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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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포기했었는데, 다시 해볼 만해졌어요. 한번 노려봐야죠."

프로야구 한화의 1루수 김태균(22)은 최근 "골든 글러브를 받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프로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골든 글러브를 탐낸다. 그러나 김태균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다른 선수의 경우와 다르다. 이제 '아시아 홈런킹' 이승엽(28.롯데 머린스)의 '왕위'를 계승할 준비가 됐단 뜻이기 때문이다.

올 초 김태균의 이름 앞엔 '포스트 이승엽''이승엽의 후계자'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이승엽이 일본으로 떠나기 전 "누가 뒤를 이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김태균을 꼽았기 때문. 수비 위치가 1루수라는 점, 그리고 프로 데뷔 첫해에 두자릿수 홈런을 쳤다는 점에서 김태균은 이승엽과 많이 닮았다.

이승엽은 고졸 신인이던 1995년 13개의 홈런을 쳤고, 김태균은 천안 북일고를 졸업한 2001년 20개의 홈런을 쳤다. 또 지난해에는 31개를 쳐 이승엽(97년 32개)에 이어 두번째로 데뷔 3년 만에 30홈런을 넘어선 고졸 선수가 됐다.

그러나 부담이 컸던 때문일까. 이승엽의 후계자로 '낙점'됐을 때 그는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는 뻔한 말로 자신에게 쏠린 관심을 피하는 데 급급했다. 그리고 올 시즌 전반기 내내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타율은 0.340으로 괜찮았지만, 홈런은 10개밖에 쳐내지 못했다.'똑딱이 타자'라는 비아냥과 함께 "이승엽이 후계자를 잘못 골랐다"는 평가까지 들려왔다.

그러나 후반기 들면서 드디어 이름값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1일 후반기 첫 홈런을 기록한 이후 지난 1일까지 12경기에서 모두 8개의 홈런포를 쏴올렸다. 특히 최근 네경기 연속 홈런이다. 전대영 한화 타격코치가 "이번 시즌에 홈런 40개를 못 치면 내가 (김태균에게) 10만원을 주겠다"고 호언장담할 정도의 타격감각이다.

김태균도 자신감을 되찾았다. 지난해까지 무려 7년간 이승엽이 독차지했던 1루수 골든 글러브를 노리겠다고 밝힌 것은 그의 뒤를 잇겠다는 능동적인 표현이다. 김태균은 "원래 더울수록 힘이 솟는 편"이라며 "프로에서 보낸 여름 중 특히 올 여름은 최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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