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방송 외주제작]4.끝 경쟁 여건을 마련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외주비율 확대의 성패는 프로덕션 경쟁력 향상 여부에 달렸다.

이를 위해선 방송사의 우수한 인력들이 프로덕션 업계로 영입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방송사 내부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한 중견 PD의 견해. "지금 독립제작사로 진출하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잘 만들어봐야 현상유지고 한번 삐끗하면 망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나갈 수 있겠어요. 쫓겨나면 모를까. " 다른 중진급 PD 역시 "얼마전 프로덕션을 차린 친구를 만났는데 절대 나올 생각 말라고 거듭 당부를 하더라" 면서 "외주비율이 아무리 늘어도 마찬가지일 것" 이라고 말했다.

일단 독립제작사의 현실이 너무 열악하다.

자금력.스튜디오.장비 등이 부족한데다 출연자.장소 섭외 등 모든 면에서 불리하다.

따라서 제반 여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

이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튜디오나 장비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능력있는 프로덕션에 대해선 과감한 제작비 지원이 따라야 한다.

매년 방송사에서 거둬들이는 막대한 공익자금을 사용하는 게 한 방법이다.

방송사와의 계약에 있어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프로덕션에만 일방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상호 책임의 원칙에서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

방송사간 거래조건의 차이 역시 짚어야 할 문제다.

KBS의 경우 계약금의 10%에 대한 이행보증보험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타사 외주관계자들조차 "설사 프로덕션이 납품 못할 상황이 와도 얼마든지 다른 곳에 맡길 수 있는 현실에서 별 의미가 없는 것" 이라고 말할 정도다.

현금을 지급하는 타사와 달리 SBS는 3개월 어음으로 지급하고 있다.

제작사들의 자금사정을 감안하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프로덕션간 경쟁 시스템을 살리는 것이다.

우선 방영권 이외의 판권을 일부라도 프로덕션측에 주는 거래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좋은 작품을 만들면 그만큼의 보상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라야 우수한 작품 한편을 개발한 뒤 일약 세계적인 프로덕션으로 떠오른 외국 사례가 국내에서도 탄생할 것이다.

주요 시청시간의 외주비율을 강제 할당하는 방식 등의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요즘 연예인들이 출연 결정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방영시간과 PD" 라며 "프로덕션들에 좋은 시간이 배정되고 유능한 PD가 영입된다면 얼마든지 정상급 연예인을 섭외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외주비율 확대가 방송 발전의 밑거름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이처럼 산적한 선결과제들을 풀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리한 확대는 오히려 방송산업을 망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소한 늘어난 외주 시간을 개방 이후 몰려올 일본 프로덕션들이 독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막아야하지 않을까.

강주안.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