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판 수서비리' 감사배경·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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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산 다대.만덕동 아파트건설사업은 94년 땅매입이 시작된 이래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돼 '부산판 수서비리' 로 불릴 정도다.

그러나 사업은 지금까지 중단없이 계속돼 정치권 로비.비호 등 의혹의 눈덩이를 부풀려왔다.

비록 부산시에 대한 일반감사지만 감사원이 이를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도 의혹이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 96년 주택사업공제조합에 대한 감사에서 사업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중단과 사업비 회수를 촉구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지적은 이례적으로 외면당했다.

공제조합은 사업을 계속하고 동방주택에 3백50억여원을 추가지급한 것이다.

관행이나 상식을 무시한 의혹은 이밖에도 적지 않다.

동방주택이 다대.만덕동 일대의 땅을 집중 매입한 뒤 녹지이던 땅이 주거지로 용도변경된 것이나 공제조합이 재정상태가 부실한 동방주택을 사업자로 지정하고 계약체결 하루만에 3백억원을 지급한 것이 그런 대목이다.

이같은 의혹은 정치권 비호설로 연결된다.

동방주택 이영복 (李永福) 사장이 사업시작 당시 실세이던 민주계 PK의원들과 가까웠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李사장은 해운대 민주산악회 회장을 지냈고, 지역의원인 국민회의 K의원과 한나라당 P의원의 후원회원으로 활동했다.

동방주택의 돈이 95년 6.27지방선거, 96년 4.11총선, 97년 대선에 맞춰 어딘가로 지출됐다는 점은 정치자금 제공의 의혹을 더해준다.

비호설은 고위관료들에까지 확산돼 있다.

만덕동 부지를 용도변경해주면서 당초의 1만3천평보다 훨씬 넓은 5만평을 풀어준 것과 관련, 세명의 전직 부산시장들이 의혹을 받고 있으며 검찰 고위인사의 관련설도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감사가 본격화되거나 검찰에 대한 수사의뢰로 확산될 경우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은 상대 소속의원에 대한 의혹을 주장해왔다.

연루설로 거명되는 의원이 없는 자민련은 12일 "정경유착, 정치권으로의 자금유입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부산판 수서비리는 사건의 복잡성뿐만 아니라 조사결과에 따른 여파도 서울의 수서비리에 버금갈 것으로 보인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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