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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TV 소송 준비중" '가짜' 김정운 사진 주인공 배석범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거리를 지나가면 사람들이 저를 원숭이처럼 쳐다봅니다. '혹시 가짜 김정운 아니냐'며 수군거려요. 정말 괴롭습니다. 요즘엔 대중 교통을 이용하지 않아요.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도 승용차로 다닙니다."

일본 아사히TV가 김정운의 최근 모습이라며 보도해 오보 소동을 빚은 배씨의 사진

지난 6월 국내외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본 아사히 TV의 가짜 김정운 사진 소동. 그로부터 두달 여 뒤 사진 속 실제 주인공 배석범(39)씨가 힘겹게 입을 뗐다.

"그동안 국내외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끊임없이 밀려들었지만 모두 거절했어요. 어떻게 연락처를 알았는지 계속 전화를 하더라고요. 국내 한 유명 오락프로그램에서도 섭외가 들어왔는데 거절했어요. 저는 제가 사람들에게 '웃긴 사람'으로 비춰지기 싫거든요."

사건 당시 배씨 자신도 놀랐지만 주변 사람들도 깜짝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친구들이 전화해서는 '네가 김정일 아들이냐'며 크게 웃더라고요. '술 마시자'며 연락하는 친구들도 있었죠. 저희 카페 회원들도 무척 놀랐어요. 하긴 제 자신도 '어떻게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일이 생기나' 싶었죠."

현재 배씨는 당시 사건을 마무리 짓기 위해 아사히 TV와 협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순탄치 않다.

"아사히 TV 지국 관계자들이 왔었는데 그들의 태도에 굉장히 불쾌했어요. 그냥 '돈이나 받고 끝내라'는 식이었어요. 저는 그 돈,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아요.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다만 한국인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렇게 된 이상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싸울 생각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아사히 TV를 뒤집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에요."

그는 "지금 국내 유명 로펌과 소송을 논의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했지만 그는 외모를 바꾸지 않았다고 했다.

"사진 속에 나온 안경 그대로 쓰고 다녀요. 도수가 들어간 선글라스 스타일의 안경이죠. 머리스타일도 그대로에요. 제 모습 그대로 살고 있어요."

그는 본업이던 건설업을 접고 현재 무속 관련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다음달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카페 회원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을 위한 굿을 합니다. 불안한 시국에 나라나 안정됐으면 좋겠습니다."

당시 아사히TV는 '한국의 고위 당국자로부터 김정일의 3남이자 후계자인 김정운의 사진을 입수했다'며 선글라스를 낀 남성의 사진을 공개했으나 이는 '가짜'로 판명 났다. 사진의 실제 주인공은 국내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배씨로 모 포털사이트에서 무속 관련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올해 초 그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을 한국군 현역 부사관이 보고 아사히 TV 측에 알려주면서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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