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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방송외주제작]1.외주비율은 겉치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방송가가 술렁인다.

외주 프로 비율을 대폭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이 이번 10월 개편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재 14%.점차 늘려 불과 3~4년 후엔 절반 가량을 방송사 외부에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우리 방송산업의 구조를 프로덕션들의 경합이 치열한 미국.일본식으로 바꾼다는 발상. 하지만 기류는 심상치 않다.

그 진단 4회.

정부 조치로 몫이 늘어나는 건 독립 프로덕션. 예전 12%에서 2%포인트가 증가했으니 4개 채널마다 1주일에 60분짜리 프로 2개가 프로덕션 앞으로 넘어온 셈이다.

한데 막상 제작사들은 냉랭한 반응이다.

"달라질 게 있나요. 잘 해야 본전이겠지요. " 가뜩이나 치열한 수주경쟁의 와중 아닌가.

실제로 한 프로덕션 관계자가 내미는 올초 납품물의 손익계산서로는 방송사로부터 1천6백만원 정도를 받았지만 제작비용은 2천여만원. 4백만원을 밑졌다.

프로덕션은 방송사들이 쥐어짜는대로 몸을 내맡길 방법밖에 없다.

스스로 표현으로 '고질병' . "방송사 납품은 간판용이지요. 그래야 다른 일에서 돈을 많이 받거든요. " 지금까지 그래왔듯 기업체 홍보물을 찍고 비디오촬영.캐릭터사업 등으로 손실보전을 하겠다는 의미다.

영상물 경쟁력 향상을 꾀한다는 정부전략과는 영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방송사가 환영을 하는 것도 아니다.

"자체 제작보다 최소 20%는 더 듭니다. 제작비에 인건비가 추가되고 부가세도 물어야 하지 않습니까. " 프로덕션이 만들 경우 방송사 자체 제작시엔 불필요한 추가 경비가 지출되기 때문이다.

하긴 외주를 2% 늘리고도 방송사 직원의 2%를 줄이기는 어려울 테니 이러한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방송사의 '손바닥 뒤집기' 식 대응도 문제다.

단순히 외주비율을 높이는 방편으로 심야나 새벽 프로, 아니면 자체 프로그램의 일부를 싼 값에 넘기기 일쑤다.

심지어는 심야 방영시간 자체를 늘여 외국프로 더빙 같은 작업을 맡겨도 그만이다.

모순이고 악순환 굴레다.

이 연결고리는 정부의 청사진을 무색케 한다.

소위 둘다 이익을 보는 '윈 - 윈 전략' 이 시대의 화두인데도 '제로섬' 은커녕 모두 패자인 '루스 - 루스 게임' 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청료 등 국민의 돈을 놓고서…. "근본적인 구조 개선책 없이 외주비율만 늘려선 방송수준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는 비판은 그래서 유효하다.

강주안.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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