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대화하겠다”김대통령 귀국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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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10일 "야당이 원내로 들어왔으니 대화가 시작될 것이고, 필요하면 나도 협력할 것" 이라고 밝혔다.

3박4일간의 일본 국빈방문을 마치고 이날 서울공항에 도착한 金대통령은 공항 기자회견에서 일본 방문 성과를 설명한 뒤 "여야간에는 대화를 해야 하고, 국가적 문제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 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방일 (訪日)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12일 3부요인과 헌법재판소장 및 여야 정당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를 초청했고, 李총재도 참석키로 했다.

이에 따라 여야간 본격적 대화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金대통령은 이강래 (李康來) 청와대정무수석을 통해 李총재를 초청했고, 李총재는 이를 수락했다.

한나라당 구범회 (具凡會) 부대변인은 10일 "金대통령의 방일 결과 설명회는 국익과 관련된 내용인 만큼 유일 야당총재로서 참석, 설명을 듣고 한나라당의 입장을 개진할 것" 이라고 밝혔다.

金대통령과 李총재의 회동은 비록 단독회동은 아니지만 李총재가 지난 8월 31일 총재에 취임한 이후 처음인데다 최근 '판문점 총격요청' '국세청 불법모금' 사건 등을 놓고 여야간 첨예한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에 앞서 金대통령을 수행했던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대변인은 귀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영수회담 개최문제와 관련, "다음주 국회가 정상화되면 여야 원내총무들이 국회를 이끄는 가운데 당 (국민회의)에서 어떠한 입장 정리가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朴대변인의 이같은 발언은 국회정상화 이후 국회운영 상황과 여야 총무회담 결과를 토대로 당에서 건의하는 형식을 밟아 영수회담이 열릴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金대통령은 공항 기자회견에서 "과거사 문제나 실질적인 교류협력면 모두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고 방일 성과를 평가한 뒤 "우리 국민들도 이제 21세기 미래를 향해 서로 협력하고 노력하는 대범한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고 당부했다.

金대통령은 또 "일본이 처음으로 한국민을 지적해 사죄하고, 이를 문서에 명문화한 것은 과거사 문제를 일단락지은 큰 성과" 라며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인사가 공동선언의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 용납하지 않겠다" 고 역설했다.

金대통령은 이어 "이번에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다루지 못한 위안부문제는 앞으로 계속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나가겠으며, 역사교과서문제는 양국 학자간의 공동연구 결과를 양국 교과서에 반영하도록 하겠다" 고 밝혔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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