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5일만에 또 가스폭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6일 새벽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가스충전소 폭발사고는 대형 사고에 대한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또한번 입증했다.

지난달 11일 경기도 부천 가스충전소 폭발로 부상 60여명에 20여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뒤 불과 25일만에 똑같은 사고를 당했으니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폭발사고 현장은 마치 폭탄이 떨어진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순식간에 폐허로 변해버렸다.

충전소 안전관리자가 숨지고 주민 6명이 다친데다 반경 1백여m 안에 위치한 여관.상가 등 건물 60여채의 셔터.유리창이 박살나고 자동차 18대가 파손돼 4억여원의 재산피해를 냈으니 이번에도 가스사고의 위험성을 한눈에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합동감식반 조사결과 18세의 충전소 아르바이트생이 충전기를 잘못 작동해 일어난 사고로 밝혀진 사고 원인이다.

합동감식반은 폭발사고 1시간40분 전에 아르바이트생이 택시에 가스를 주입하다 충전기의 가스 주입기 부분이 파손됐으나 방치했다가 다시 주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작동을 잘못해 가스가 분출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 아르바이트생은 근무기간이 불과 열흘밖에 안돼 가스 주입 중인데도 가스가 다 들어간 줄 알고 택시를 출발시킬 정도로 기계 작동이 미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아르바이트생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안전관리 책임자마저 자리를 비워 주유소측은 가스 차단 밸브의 위치를 몰라 30분 가까이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사고가 커졌다는 것이다 부천 가스충전소 폭발사고가 관리소홀 때문이라고 밝혀졌는데도 한달도 안돼 똑같은 사고가 재발한데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안전을 통째로 맡겼으니 오히려 한술 더 뜬 셈이다.

아무리 안전불감증이 심하다 해도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다.

가스충전소 안전관리 책임자의 증원이나 충전요원 교육강화 등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사고에 대한 우리의 의식이 바뀌는 일이다.

그만큼 대형 참사를 겪었으면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설마 나에게는…' 하고 넘겨버리고 있으니 큰일이 아닌가.

남의 불행을 나의 것처럼 여겨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반드시 같은 사고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잇따른 가스충전소 폭발사고를 계기로 우리 주변의 안전에 조금이라도 허술한 구석이 없는지 살펴보고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다짐을 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