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험수위 넘은 하위직 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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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구청이나 경찰.교도관 등 하위직 공무원들의 부패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정권이 바뀌고 사정 (司正) 한파가 몰아쳐도 이들의 비리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직급이 낮을수록 조직적.체계적으로 비리를 저지르는 경향이 두드러져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위직 공무원의 비리실태는 서초구청 위생과 직원들의 공짜술 사건과 6급 (행정주사) 으로 서울시 재개발과에 근무하던 중 2억여원의 뇌물혐의로 구속된 이재오 (62) 씨 사건이 잘 설명하고 있다.

구청 위생과 직원들이 4년 동안 한 단란주점에서 47차례 1천3백만원어치의 술을 공짜로 마셨다는 것은 민원부서 공직자들의 정신상태가 어떤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들은 업주의 탄원서가 접수되자 부랴부랴 돈을 거둬 갚았다니 혐의를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공무원 8명의 직위해제와 함께 4년간 위생과에 근무했던 직원 65명 전원이 검찰의 조사대상자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서울시 공무원을 지낸 李씨의 부패도 놀랍다.

현재 드러난 범죄사실은 2억1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지만 5억원짜리 단독주택에다 경북.경기.강원.전북 등 전국 곳곳에 2백억원대의 부동산을 갖고 있어 재산축적 과정이 의문이라는 것이다.

하위 공직자가 한 건의 민원인으로부터 2억원이 넘는 현금을 받았다는 사실도 충격이지만 봉급밖에 소득이 없었다는 그가 이처럼 엄청난 재산을 모은 것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공무원 공짜술 접대가 서초구청 위생과 한 군데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공직자 부정축재가 구속된 李씨 한 사람뿐만 아닐 것이다.

문제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점점 심화되고 범위.규모가 커지면서 죄의식마저 못 느끼고 양심이 마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허가나 단속업무 등 이권관련 부서들은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고 중간간부들과 상납고리로 맺어져 있어 업소를 인계인수하는 지경이라지 않는가.

공직자 비리척결은 새 정부 개혁작업의 성패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풀어 부조리 발생 소지를 없애야 한다.

아울러 비리단속을 강화하고 적발된 공직자와 뇌물공여자에 대한 처벌을 더 무겁게 할 필요가 있다.

또 공직자들의 정신교육을 강화하고 직업윤리 의식을 고취해 긍지를 심어 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상급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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