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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건설은 이젠 공사 아닌 사업 선진형 개발회사로 재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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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국내에서 1, 2위를 다툰다는 게 이제 큰 의미가 없습니다. 치열한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에서 이기는 게 더 중요하죠.” 현대건설의 김중겸(59·사진) 사장이 62년 역사의 현대건설을 바꾸겠다고 회사 개조에 나섰다.

회사가 국내 건설업 시공능력평가에서 6년 만에 1위에 오르는 경사를 맞았지만 김 사장의 생각은 딴 데 있다. 궁극적 목표는 시공 중심의 사업 구도에서 벗어나는 것. 김 사장은 “현대건설이 ‘21세기 글로벌 리더’로 바뀌는 데 변화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설사가 국내시장에 의존하다가는 굶어죽기 십상”이라며 “큰돈이 움직이는 세계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스템과 사업구도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바꾼다는 것일까. 그가 추구하는 회사는 ‘인더스트리얼(산업형) 디벨로퍼’다. 선진형 개발 업체로 미국의 벡텔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김 사장은 “해외에서 시공권만 따오는 수주는 앞으로 중국이나 인도에 모두 뺏길 게 뻔하다”며 “이제 건설은 공사가 아니라 사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중동의 플랜트 사업을 기획해 해당 국가에 사업을 제안하고 디자인과 엔지니어링·구매·시공을 맡고 금융까지 조달할 수 있는 게 글로벌 디벨로퍼의 역할이란다. 이런 기능을 가진 미국·이탈리아·영국의 유명 디벨로퍼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세계 건설시장을 휘두르고 있다고 한다.

그는 “변화를 위한 기초를 놓는 게 재임 중 해야 할 가장 큰 숙제”라고 말한다. 공사 전문가가 아니라 사업을 만드는 연출가들의 집단이 현대의 미래상이란다. 이를 위해 시공 중심의 조직을 디벨로퍼 조직으로 바꿨고 직원과의 소통이나 교육 프로그램 강화 등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조하는 데는 해외현장 경험이 많은 데서 비롯된 것일 게다. 고려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현대건설에 입사한 김 사장은 33년의 직장생활 중 15년을 해외근무나 해외건설 분야에서 일했다.

그는 “부가가치를 많이 올리는 개발업체로 성장해 삼성전자·포스코처럼 존경받는 건설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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