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조 농어촌사업 '요지경'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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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은 92년부터 올해까지 정부재정 투융자로 42조원이 투자되고, 2004년까지 지원되는 농어촌특별세 15조원까지 합치면 모두 57조원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의 프로젝트.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과 함께 농어촌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이 사업은 경부고속철도 3개, 인천 신국제공항을 8개나 건설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검찰이 이번에 집중 단속한 부분은 농어민 직접시행 사업이지만 경지정리.특산물 가공공장 등 시.군에서 시행하는 사업도 거의 부실화돼 투자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금 관리의 문제점은 사업시행에 앞서 여건 분석이나 보조금 수요계획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지역별로 일괄 할당, 졸속으로 시행한 데 있다.

특히 지원액중 절반은 무상, 절반은 연리 5%로 20년 상환이라는 파격적 조건에다 자기부담 능력이 우선지원 기준인 탓에 영세 농민들은 지원대상에서 누락된 반면 관청과 농.수.축협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방유지들만 큰 덕을 봤다.

또 사업신청을 받는 시.군은 사업계획 내용을 확인조차 않는데다 주무부처인 농림부조차 사업자 선정심사를 용역업체에 의뢰한 채 방치해 상당액이 무자격자들에게 흘러들어갔다.

게다가 정상적으로 사업비를 지출한 농어민들도 별다른 기술없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시작한 탓에 대부분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또 보조금 지급 대상자 선정과 사후관리 권한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게 집중돼 부정의 소지가 상존해 있는데도 이에 대한 감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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