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비디오]잉그마르 베리만 감독 '여름밤의 미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스웨덴 출신의 거장 잉그마르 베리만이 국내에서 별 인기가 없는 이유는 그의 영화가 '어려워서 재미없다' 는 인식 때문이다.

베리만 하면 언뜻 떠오르는 것이 '일곱째 봉인' 인데, 신 (神) 과 인간의 관계에 천착하는 철학적 영화이니 골치부터 아픈 것도 당연하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이번에 비디오로 나온 '여름밤의 미소' 는 좀 다르다.

'일곱째 봉인' (56년) 과 '산딸기' (57)에 앞서 만들어진 (55년) 이 작품은 얼핏 셰익스피어극을 연상시키는 낭만적 희극. 등장인물들은 한참 나이 어린 아내를 둔 변호사, 변호사의 한때 애인이었던 여배우, 여배우를 현재 정부로 두고있는 장군, 남편의 부정으로 속끓이는 장군 부인 등 남녀관계의 고리로 연결된다.

신학을 공부하는 변호사의 아들은 결혼 후에도 처녀성을 유지하고 있는 나이어린 계모에게 이끌리고, 여기에 육감적인 하녀까지 끼어들면 제 짝을 찾아야할 남녀는 대략 네 쌍. 이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극의 흐름은 흡사 멜로드라마같은 재미조차 준다.

인간과 신 이전에 인간과 인간, 그 중에도 엇갈린 남녀관계는 실은 베리만 초기작품의 빈번한 소재. '여름밤의 미소' 에는 그의 가장 전위적인 영화 '페르소나' (66년)에서 보듯, 영화적 표현기법을 극대화하려는 실험의 흔적은 없다.

흔히 '종교 3부작' 으로 묶이는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 (61년) '겨울의 빛' (62년) '침묵' (63년) 처럼 묵직한 주제도 아니다.

이야기꾼 베리만을 가볍게 만날 수 있는 드문 작품이다.

성베네딕도 수도원 (02 - 271 - 7429) 출시. 베리만 출시작 ▶일곱째 봉인▶산딸기▶거울을 통해 어렴풋이 (이상 성베네딕도) ▶화니와 알렉산더 (우일) .

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