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북, 대미 대화 희망 … 진정성 보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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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이 돌연 미국과 대화를 희망하고 나섰다.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우리는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어떤 협상에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이다. 유엔 제재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입장 표명으로, 일단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제재 압박을 완화해 보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어떤 이유든 북한이 대화에 나설 의사를 밝혔다는 점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화 없이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포괄적 패키지를 제시하며 북한이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해왔다. 물론 대화 재개 자체와 과거 실행했다가 후퇴한 핵 동결 및 불능화 조치를 북한이 복구하기까지는 새로운 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유지했다. 그러나 내면적으론 미국 역시 6자회담의 틀에서 북한과 양자회담을 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북한에 억류된 여기자 2명의 석방 문제를 감안하면 더욱 그런 것 같다. 따라서 신 대사의 발언을 계기로 북·미 대화 분위기가 가속화될지 매우 주목된다.

북한이 새삼 대화를 강조하고 나선 데에는 몇 가지 의도가 있다. 우선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 획득 등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통해 노려온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대화 분위기를 이용, 국제사회로부터 식량 등 경제 지원을 얻어내겠다는 것도 들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벼랑끝 전술이나 대화 시늉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는 ‘과거의 타성’에 북한이 머무르고 있다면 이런 의도는 공허한 상상에 불과할 것이다. 미국 조야에는 북한과 기존의 협상 패턴을 다시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북한 주장을 수용해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 해결 방식을 채택했으나 결과적으론 북한이 약속을 깨고 플루토늄을 재처리하거나 핵실험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는 반성이다. 북한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북한과 협상할 것이라는 게 미 정부의 의지라는 것을 한시도 망각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이 핵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의 핵위협에 맞서기 위해 핵을 보유한다는 억지 주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미국과의 협상도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돼야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 전체가 북한을 돕기 위해 나설 것이다. 특히 미국은 북·미 관계 정상화 등 북한이 ‘매력을 느낄 만한’ 각종 방안을 포괄적 패키지에 담는다고 천명하고 있다. 남측 정부는 오래전부터 북한의 경제 발전을 돕기 위해 다각도로 연구하고 준비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장을 계속 추구하고 국면전환용 대화에만 급급한다면 이런 지원책은 무위에 그칠 것이 자명하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더 이상 효력이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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