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food] 요즘 청담동 클럽에선 ‘보드카 마티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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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한여름. 그런데도 요즘의 트렌드세터들은 밤이면 클럽에서 알코올 도수 높은 보드카를 즐긴다. 왜?

남들과는 뭔가 다른, 즉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는 게 트렌드세터들의 특징이다. 그런 이들이 한 모금만 마셔도 열기가 머리끝을 쭈뼛하게 만드는 독주를 여름 음료로 즐기는 이유는 ‘고급스럽기’ 때문이다.

트렌드세터들이 말하는 보드카의 첫 번째 매력은 무색의 알코올이라는 점이다. 거리에서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것처럼 여름 패션은 형형색색의 옷과 액세서리로 화려하다. 사람들이 시시때때로 즐겨 마시는 음료수들도 다양한 컬러를 갖고 있다. 각종 과일 주스는 물론이고 커피·콜라, 심지어 여름의 대표 알코올인 맥주도 색을 갖고 있다. 남들과는 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트렌드세터들에게는 음료도 액세서리다.

즉, 자신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해 그 음료를 들고 있는 모습이 멋져 보여야 한다. 화려한 원색 옷과 액세서리로 치장한 차림에 손에 든 음료까지 요란한 색을 갖고 있으면 그림상 그다지 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무 색도 갖지 않은 무색 음료를 마치 다이아몬드라도 쥐고 있는 양 포인트로 사용하는 것이다.

보드카가 트렌드세터들에게 사랑받는 둘째 이유 역시 투명함 때문이다. 청량함은 파랑이나 초록에서만 느껴지는 건 아니다. 산속 개울물을 손에 떴을 때처럼 투명한 것을 대하면 사람들은 기분까지 맑고 시원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셋째 이유는, 독하기 때문에 천천히 적게 마시게 된다는 점이다. ‘시원~하고 부담 없어서’ 가뿐하게 맥주를 들이켜다 보니 어느새 취해 있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센 것을 조금씩 우아하게 마시기’가 트렌드세터들의 최근 경향이다.

물론 보드카를 스트레이트로 즐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술에 강한 남자들도 기본 40도를 넘는 알코올 도수를 감당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요즘 핫한 청담동 클럽에서는 보드카를 베이스로 한 무색 칵테일이 인기다. 눈으로는 고급스러운 투명함을, 입으로는 머리끝까지 일직선으로 닿는 독주의 짜릿함을 즐기면서. 특히 보드카 칵테일은 맑은 시냇물에 수박 한 덩이 담그고 유유자적할 때처럼 투명한 잔 속에 라임·체리·청포도 등 원하는 과일 조각을 띄워 장식하는 맛이 있다.

『스타일리시 칵테일』 책의 저자인 칵테일 마스터 장동은씨는 보드카의 장점들을 실감할 수 있는 칵테일로 ‘보드카 마티니’를 추천했다. 마티니는 원래 진을 베이스로 하는 칵테일로 진과 베르무트(혼성주)를 적당한 비율로 섞고 올리브 열매로 장식하는 것이 기본이다. 보드카 마티니는 진 대신 보드카를 사용한 것이다. 이는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가 즐겨 마시던 것으로 영화 속 대사는 “보드카티니”였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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