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해체되는 가정 다시 세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리 사회의 가장 소중한 보배는 가정이다.

동양 사람은 그 어떤 가치보다 가정을 중시한다.

이런 가정관 (家庭觀) 이 동아시아 정신의 핵심이다.

그리고 가정은 동아시아 사회의 핵이다.

동양에서는 개인은 가정의 소속원이고 국가는 가정의 연장 (延長)에 불과하다.

이런 탄탄한 가정관이 깨지면서 가정이 유실 (流失) 되는 현상이 잇따라 생기고 있다.

보험금을 타려고 초등학생 아들의 손가락을 자른 이번 사건을 두고 한 아버지단체 회장은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담한 심경" 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다른 많은 사람의 심정을 대표한다.

지난 7월에는 울산에서 요구르트에 독극물을 섞어 초등생 아들에게 마시게 해 죽인 사건도 생겼다.

요구르트 회사를 협박해 금품을 뜯어내기 위한 짓이었다.

돈 때문에 아들이 아비를 죽이고 아내가 남편을 죽이는 일도 일어났다.

유교가 인간과 사회의 근본을 효 (孝)에 두는 것은 바로 효가 가정의 중심원리이기 때문이다.

효는 爻 (효) 와 子 (자) 를 합친 글자다.

부모의 가르침과 본받음 (爻) 이 다음 세대인 자식 (子)에게로 이어감을 의미한다.

가정은 생물적 유전뿐만 아니라 문화계승의 현장이고 기본단위다.

인간의 삶의 진정한 행복이 있을 수 있는 곳도 가정이다.

가족을 해침으로써 돈을 취하겠다는 생각은 대체로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돈이 누르는 강박관념이 가치의 선후를 혼동시키는 까닭이다.

사람 있고 돈 있다.

가족이 있고서야 돈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돈은 가족을 위해 쓰려고 필요한 것이다.

둘째는 극단적 개인주의 때문이다.

가정은 필요없고 다만 개인의 순간순간 쾌락을 가장 중시하는 것이다.

이런 쾌락을 최고로 여기는 전도 (顚倒) 된 가치관 속에서는 모든 종류의 범죄가 번식할 수밖에 없다.

세번째는 경제의 후퇴와 실업사태 속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생기는 자신감의 상실과 사회의 해체감 (解體感) 이다.

이 영향은 예상외로 클 수도 있고 앞으로 더 심화될 수도 있다.

이 세 가지 원인은 복합적으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가정을 파괴해 나갈 수도 있다.

전방으로는 사회와 나라를, 후방으로는 개인을 파괴한다.

원인과 결과는 서로 순환적일 때도 있다.

그런 경우는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결과를 막기도 하겠지만 결과를 치료함으로써 원인을 제거할 수도 있다.

요컨대 가족을 사회의 으뜸가치로서 다시 굳건하게 세움으로써 돈의 강박관념, 해체적 개인주의를 치료하자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족을 근면과 절약에 힘써야 하는 명분으로 삼음으로써 경제난 극복의 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