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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양식품 '콜라독립 815' 위기서 태어난 히트상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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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위기가 새로운 기회다. ' 지난 여름부터 콜라시장에 거센 돌풍을 일으켜온 '콜라독립 815' 는 위기에서 태어난 히트상품이다.

원래 미국 코카콜라의 한국내 제조.유통업체의 하나였던 범양식품 (대표 郭祐淳.55.대구시서구비산동) 은 지난해 4월 코카콜라로부터 원액공급 중단 통보를 받았다.

계약기간이 끝난만큼 자신들이 직영하겠으니 시설을 팔든지 그만두라는 것이었다. 25년간 콜라를 만들어온 회사가 느닷없이 존폐의 갈림길로 몰린 것이다.

범양은 코카콜라에 맞서 법정싸움을 시작했다.

그러나 누구도 이 싸움이 '변신을 위한 시간벌기' 라는 데는 주목하지 않았다.

그 무렵 자회사 대전시대덕구문평동의 건영식품연구실 (실장 李鍾洙.35)에 비밀과제가 떨어졌다.

'국산콜라를 개발하라 - ' 범양식품 오너인 박승주 (朴承柱.36) 회장의 지시였다.

범양상선 고 (故) 박건석 (朴健碩) 회장의 아들이기도 한 朴회장은 뜻밖에도 코카와 펩시가 주도하는 국내 콜라시장에 국산원액의 토종콜라를 선보이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 연구팀 6명은 신비에 쌓인 코카콜라 원액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공개된 정보라곤 식품위생법상 라벨에 인쇄하게 돼 있는 설탕.카라멜.탄산가스 등 5가지 원료의 이름뿐. 5가지 이외에 어떤 원료가 더 들어가는지, 원액이 어떤 비율로 배합되는 지는 베일에 가려 있었다.

그때부터 수많은 실험이 거듭됐다.

연구실 李실장은 "배합술을 푸는 것도 어려웠지만 고급원료를 어디서 가져오는지가 비밀의 핵심이었다" 고 말했다.

지난 4월 마침내 국산콜라가 선보였다. 고심 끝에 이름은 '815' 로 붙였다.

'콜라독립' 이란 슬로건은 때마침 불어닥친 IMF를 극복하기 위해 국산콜라 815를 애용하자는 뜻을 담은 것이다.

시판 첫달인 지난 5월 5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6월 64억원, 7월 85억원 등 매달 20~30%씩 급신장했다.

8월15일까지 팔린 양을 2백50㎖로 환산하면 무려 7천만 캔. 텃밭인 대구.경북지역에선 벌써 콜라시장의 30%까지 점유했다는 주장이다.

朴회장의 관심도 한몫을 했다.

틈만 나면 서울지역 소매점을 들러 자사제품이 깔렸는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등 소비현장을 중시했다.

또 판촉에도 단순 광고보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주로 동원했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코카콜라의 '압박작전' 도 범양이 성공하는 데 비례해 강도가 세어지고 있다는 것. "물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이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입맛에 맞는 품질로 당당하게 평가받겠습니다. "

범양이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던진 승부수가 완전한 성공을 거둘런지 주목된다.

대구 =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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