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SBS'백야 3.98' 킬러역 최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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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31일 첫 전파를 탄 SBS 20부작 드라마 '백야 3.98' (3.98은 비행기의 속도 즉 마하를 뜻한다) .3년전 '모래시계' 의 성공을 재현할 조짐을 보일만큼 반응이 뜨겁다.

역시 관심의 초점은 주인공 킬러 권택형역의 최민수. " '모래시계' 박태수처럼 '운명적' 인 배역은 드라마가 끝나도 사라지지 않아요. 허구지만 허구가 아니란 얘기죠. " 그래서 '백야…' 을 촬영하면서 그 무게에 눌리진 않았을까. " '모래시계' 이후 내 감성을 보여줄 대로 다 보여줬는데 무얼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일종의 한계를 느꼈는데…막상 촬영 시작되곤 '모래시계' 생각이 끼여들 틈이 없었죠. " 박태수만큼이나 수월찮은 배역이었다.

"아무도 정체를 모르는 킬러라 - .그렇다면 나도 그의 얼굴을 알 수 없는게 아닌가, 단지 뒷덜미를 잡고 뒤에서 쫓아가기만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이렇게 분석했죠. " 촬영이 거의 다 끝난 지금은 희미하게나마 '권택형' 의 윤곽이 잡히는 느낌이다.

"모스크바 시내 곳곳에 있는 동상을 보고 생각했어요. '미동도 하지 않고 생명력도 없는 굳은 동상같은 사람이구나' .국가와 민족이라는 큰 틀 앞에서 개인적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사람 말이예요. "

스치고 어긋날 뿐 끝내 닿을 수 없었던 아나스타샤 (심은하 분) 와의 애틋한 사랑을 "차가운 동상이 흘리는 한 줄기 눈물같은 거 아니겠어요" 라고 표현하는 그의 감수성. 다시금 '백야…' 에서 TV밖으로 뛰어나와 두고두고 회자되는 인물을 창조할 수 있을까.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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