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숭동 방송대학교옆 좁은 골목 3층 빌딩 지하. 1백50석규모의 '딸기' 소극장은 대학로는 대학로지만 꽤나 변방이다.
네온사인 번쩍이는 3백m전방의 대학로 중심가에 비하면 무척 '언더' 적이기도 하다.
마침 이 극장 명칭도 '대학로 초유의 언더그라운드 전용공연장' . 하지만 '딸기' 의 대표 인재진 (33) 씨는 언더하면 떠오르는 홍대앞 록밴드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지난해 강태환.박재천의 즉흥무대를 열어 만원을 기록했고 올초 80~90년대 미국재즈를 대표하는 윈턴 마샬리스의 내한공연을 치뤄낸, 재즈계에선 알아주는 기획자다.
다른 장르 음악에 대해 배타의식이 강한 재즈계에서 언더 록음악의 수호자로 변신한 그의 모습은 좀 이색적이다.
"귀엽잖아요. 젊은이들이 뜨겁게 소리지르는 모습, 노랗게 물들인 머리…. 우리 사회가 빠져있는 무관심의 늪속에서 자기를 봐달라는 간절한 호출로 느껴졌어요. 음악실력은 솔직히 본격 (재즈) 연주가들에 비할 바 못돼지요. 그렇다고 이런 외침들을 외면하진 못하겠고…. "
그런 자유스런 의식은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뒤 접시닦이.택시운전수.벼룩시장신문 편집장.웨딩이벤트 업체 대표까지 럭비공처럼 튄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웨딩이벤트업 시절 발빠른 영업으로 한달에 2천만원씩 벌기도 했지만 공연업계에 뛰어든후 인형극과 재즈무대를 벌이면서 번 돈을 모두 날린 그다.
"재즈와 언더음악을 구별하시는데 사실 재즈도 대중들이 외면하고있다는 점에서 언더적 음악이지요. 그래서 '딸기' 에선 매달 한 주는 언더록, 다음주는 재즈. 그 다음 주는 퍼포먼스식으로 꾸미려 합니다. "
대학로에서 그와 '딸기' 의 역할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홍대앞과는 달리 언더매니어의 대학로 입성은 항상 불발이었다.
백만원이 넘는 대관료를 감당하지 못한 게 그 일차 요인. 그래서 매달 일주일이긴 하지만 실력만 있으면 아무 밴드나 대관료없이 무대에 설 수 있고 입장료도 5천원대로 책정된 '딸기' 의 오픈은 언더음악이 대학로에 정착하는 교두보가 되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있다.
"임대료가 싸 돈은 그리 안든다.당분간 적자는 각오하고있지만 무슨 사업이든 판이 커질때까진 고생하는 그게 바로 언더정신…. " 그는 웃는다.
강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