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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나들이 서울서 즐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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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고구려·신라·백제가 서로 치열하게 싸우며 흥망성쇠를 거듭했던 삼국시대(4~7세기 중엽). 1000년도 훌쩍 넘은 아주 먼 옛 이야기지만 서울 시내에는 삼국시대를 느낄 수 있는 유적이 제법 많다. 서울은 주변 영토를 넓히려는 삼국의 각축지였기 때문이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아차산성(광진구)과 풍납토성(송파구)이 대표적이다. 1500여 년 전 고구려 장수왕은 아차산성에, 백제 개로왕은 풍납토성에 각기 진을 치고 치열한 전투(475년)를 벌였다. 장수왕의 대승도, 개로왕의 죽음도 흘러간 이야기가 됐고 지금은 세월에 바스러진 흔적만 남았다.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인근의 아차산 생태공원에서 800여m를 오르면 아차산성이 나온다. 광진구 문화체육과에 예약하면 무료로 산성 내부를 견학할 수 있다. 예약은 10인 이상 단체만 가능하다. 고구려 평원왕(559~590)의 사위이자 ‘바보 온달’로 잘 알려진 온달 장군이 신라군과 싸우다 전사했다는 곳이기도 하다. 병사들이 죽은 온달의 관을 옮기려 해도 도무지 땅에서 떨어지지 않자 부인인 평강공주가 달려와 울며 “그만 돌아가시라”고 말한 뒤에야 관이 움직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느긋한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몽촌토성(송파구)으로 가보자. 풍납토성에서 대승을 거둔 장수왕이 내친김에 이곳까지 점령했기 때문에 백제와 고구려의 유물이 함께 발굴되는 지역이다.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에서 올림픽공원으로 가면 산책코스(2300여m)가 나온다. 시간에 닳고 닳아 남은 것은 움집터와 목책(나무울타리)뿐이라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토성 내부에 700여 년 된 은행나무는 넓은 잔디밭 한가운데 서 있어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장소로도 많이 쓰인다. 움집이 발견된 움집터와 유물과 영상자료를 전시하는 몽촌역사관이 있다. 공원 내부엔 소마미술관·조각공원도 있다.

백제·고구려에 이어 554년 한강 유역을 차지한 신라 진흥왕은 백성들에게 충성을 요구하는 내용을 적은 ‘진흥왕 순수비’를 북한산 비봉에 세웠다. 이를 판독한 것이 조선시대의 명필 추사 김정희다. 원형 비문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이고 북한산에는 모형이 세워져 있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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