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알면 더 재밌다] 14. 16세기엔 남자 못잖았던 여자축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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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축구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중국 동한시대(AD 25~220년) 고분벽화에는 여자가 공을 차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16세기 영국에서는 남자 축구 못잖게 성행했다고 전해진다. 18세기 스코틀랜드에서 기혼녀 팀과 미혼녀 팀이 연례 축구경기를 했다는 기록도 있다. 1920년 열린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첫 국제경기엔 1만여명의 관중이 몰렸다.

금녀의 벽이 만들어진 건 그 이듬해였다. 21년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여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운동"이라는 이유로 여자 팀 간 경기에 운동장을 빌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네덜란드와 독일 축구협회도 비슷한 규정을 만들었다.

그 족쇄는 40여년 뒤인 69년에야 풀렸다. 전 세계를 휩쓴 여성 해방운동의 여파가 스포츠에도 미친 것이다. 그리고 71년 멕시코에서 34개국 여자 축구팀이 참가한 비공식 세계선수권이 처음 열렸다.

남자 축구는 올림픽에 먼저 채택되고 그 뒤 월드컵이 만들어졌지만(알면 더 재밌다⑬) 여자 축구는 월드컵이 먼저다. 86년 멕시코에서 열린 제45차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는 여자 축구 활성화를 깊게 논의했다. 주앙 아벨란제 회장은 오랫동안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몸 담은 경험을 통해 여자 스포츠도 인기가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결론은 "범인류적 스포츠로 자부하는 축구가 인류의 절반인 여자에게 문호를 닫을 이유가 없다"였다. 그리고 91년 중국에서 첫 여자 월드컵대회가 열렸다. 개최국 중국을 포함해 노르웨이.독일.일본 등 12개국이 본선에 올랐고, 미국이 초대 우승컵을 가져갔다.

미국은 95년 월드컵 때도 3위에 오른 여자 축구 강국이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여자 축구가 정식 종목이 된 데는 개최국인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 바 크다. 역시 첫 금메달은 중국을 꺾은 미국에 돌아갔다.

이번 아테네에서도 미국은 지난해 월드컵 우승국 독일과 더불어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여자 축구는 남자와 달리 올림픽 출전에 연령 상한선이 없어 국가대표팀이 곧 올림픽팀이다. 그래서 월드컵 강국인 미국.독일.중국은 올림픽에서도 강하다.

한국은 한번도 올림픽 문턱에 못 갔다. 올림픽 직전의 월드컵 8강팀이 올림픽 본선 출전 자격을 얻었는데, 한국은 95, 99년 월드컵 예선에서 모두 탈락했기 때문이다. 이번 아테네 대회에 처음으로 지역 예선이 도입됐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일본에 밀려 아시아에 주어진 두장의 티켓을 따는 데 실패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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