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직자 도덕성 회복이 곧 실용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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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 파문을 바라보며 국민들은 고위 공직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또 한번 좌절해야 했다. “법 수호의 최일선에 있는 검찰 총수의 물망에 오른 사람의 처신이 어찌 저럴 수 있었을까” 하는 개탄과 함께 그런 도덕성 결핍이 비단 검찰 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직사회에 만연한 고질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고위 공직자의 은밀한 ‘스폰서’ 거래는 말할 것도 없고 청와대 행정관의 성 상납,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복지예산 절취, 군의관의 근무시간 골프 등 최근 드러난 사실만 봐도 공직자들이 크건 작건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사사로이 오·남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기 어렵다.

게다가 고위직 공무원들의 윤리의식이 갈수록 흐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998년 주양자 전 보건복지부 장관, 2002년 장상·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 2005년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본인과 부인, 가족 등의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진 뒤 사임하거나 임명장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천 후보자의 경우,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하고도 사퇴는 생각하지 않는 등 과거 중대 결함으로 인식되던 문제들이 사소한 실수로 치부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도덕성 결핍의 양적·질적 팽창은 실용을 강조하는 현 정부에서 윤리적 잣대가 다소 느슨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윤리와 실용은 서로 상반된 가치가 아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뛰어난 재능과 역량을 가진 인사들이 도덕적 결함으로 중요한 자리에서 국가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자체가 큰 국가적 손실이요, 극히 비실용적인 일이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한 순간 욕심을 이기지 못해 두고두고 후회할 짓을 하는 것만큼 실용적이지 못한 일이 없을 것이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공직사회는 평소 몸가짐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고위 공직자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에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를 재무장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공직자 개개인의 도덕성만 요구할 게 아니라 이들이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예방하고 보호하는 장치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곧 실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