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대중정부 6개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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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오늘로 취임 6개월이 됐다.

6개월은 정부의 공과 (功過) 를 평가하기엔 너무 짧은 기간이지만 국정 방향의 설정이나 그에 따른 국정운영방식은 따져볼만한 기간이다.

한마디로 金정부의 6개월은 거의 유례없는 악조건 속의 위기극복 과정이었다.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경제위기를 수습하고 경제 회생 (回生) 의 단기적 처방과 장기적 방향제시가 金정부의 최대과제였다.

우리는 6.25에 이은 제2의 국난 (國難) 이라고 하는 경제위기의 수습에서 보인 金정부의 노력을 크게 보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당시 87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가 오늘날 4백억달러를 넘어섰고 환율과 금리도 대체로 안정기조를 회복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경제위기 수습과정에서 보인 金대통령의 리더십과 식견 (識見) 은 당연히 평가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점 역시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구조조정이란 방향설정은 옳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부작용이 나왔다.

오늘날 보는 실물경제의 추락, 수출부진 등이 그런 예다.

특히 정치분야에 있어 지난 6개월은 실망스러웠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계속된 정국불안과 장기간의 '식물국회' , 혼탁선거의 재연 등으로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국민의 정치발전기대는 더 깊어진 정치불신과 냉소주의로 바뀌었다.

경제위기나 정치불신 상황은 앞으로도 金정부 임기 내내 극복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어려움을 뚫고 나가야 할 金정부에 우리는 한두가지 원칙적인 주문을 하고 싶다.

먼저, 일관성있고 원칙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다.

가령 정리해고가 필요하고 법제화된 이상 밀고나가야 할 것이다.

노사의 눈치를 살피고 정치적 부담을 고려하다가는 원칙을 살리기 어렵다.

또 가령 구태 (舊態) 정치를 청산한다면 먼저 과거 지탄받던 정치행태를 여권 (與圈) 부터 그만두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

다음으로, 국정의 초점을 경제회생 하나에 맞춰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싶다.

지금 최대의 과제가 경제회생인만큼 대통령이 다른 정치적 인기나 입지 (立地) 확보문제를 떠나 정파적 (政派的) 리더십이 아닌 야당까지도 설득해 경제회복에 동참시키는 국가적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정부가 이런 일관성과 국난극복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당면한 어려움을 해쳐나갈 수 있고 나아가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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