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좁아진 대졸 취업문…20여만명'졸업이 곧 실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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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 가을은 졸업을 기다리는 대학생들에게도 무척이나 길고 고통스런 시간이 될 것 같다.

예년 같으면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취업설명회를 갖는 등 적극성을 보이던 주요 그룹들이 대부분 채용을 포기하거나 채용계획조차 못세우고 있어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정보화근로사업 등 대졸자용 취로사업을 벌이는가 하면 대기업과 공기업에 8천명을 인턴사원으로 채용토록 독려하고 있으나 23만~25만명의 졸업예정자 및 미취업자가 일자리를 찾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근본적인 대책은 못된다는 지적이다.

내년 봄 K대를 졸업할 예정인 朴모 (27) 군은 "아무리 알아봐도 취직은 어려울 전망이라 대학원 진학을 생각중인데, 여기도 엄청나게 몰릴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에 대해 "장기간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을 경우 인사의 맥이 끊어지고 조직의 대처능력이 떨어져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고 우려하는 소리도 있다.

◇ 5대 그룹 = 현대는 올해 그룹 차원의 공채는 아예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증권만 1백60명 정도 채용을 검토중이다.

삼성은 그룹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라 신규사원 채용에 대해선 검토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 9월 중순께 계열사별 신규인력 수요조사를 해 규모를 정할 방침이지만 전자.전관.전기 등 일부 전자관련 계열사 외에는 채용이 거의 없을 전망.

대우는 그룹 공채를 실시한다는 원칙만 서 있을 뿐 언제, 얼마를 뽑을지는 미정. 현재 계열사별 인력수요 조사를 실시중인데 9월 중순에나 윤곽이 나올 전망. 하지만 그 규모는 2천명을 뽑았던 지난해보다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LG도 구본무 (具本茂) 회장이 '신입사원의 중요성' 을 강조하고 있어 공채는 실시할 방침이나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LG그룹 인사지원팀 권재홍부장은 "아직 상반기 채용인력 배치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라 9월에나 계열사별 수요파악에 나설 계획" 이라고 말했다.

매년 하반기에 3백~5백명씩 뽑던 SK도 올해는 아직 계획을 못세우고 있다.

SK관계자는 "채용의무가 없는 인턴사원만 뽑는 방안도 검토중" 이라고 말했다.

◇ 6~30대 그룹 = 롯데.대림.두산.코오롱.동양.대상.새한 등 7개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는 하반기 공채를 포기한 상태. 이들 7군데도 규모.시기 등을 놓고 고민중이지만 예년에 비해 결과는 극히 미미하거나 아예 공채를 안할 가능성도 있다.

롯데의 경우 9월 중순까지 계열사별 수요를 파악해 10월초에, 두산은 전자 등 일부 계열사의 인력수요를 채우고 자연감소 인원을 충원하는 선에서 9월중에 계획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쌍용.한화.효성.동부.해태 등은 공채는 안하되 계열사별로 수요가 생기면 수시채용하는 방식으로 충원할 계획. 특히 한화는 유통.금융분야, 해태는 유통 쪽에 소규모 채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금융권.공기업 = 퇴출과 구조조정으로 어수선한 은행권은 올 하반기 공채가 전무한 상태. 이런 사정은 보험.증권.종금 등 제2금융권도 비슷하다.

주요 공기업도 사실상 신입사원을 뽑을 곳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포철.한전.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이 아직 미정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채용 가능성은 희박하다.

포철은 96, 97년 2년간 신규채용을 안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도 채용이 없을 전망이고, 한전은 지난해 채용자중 2백여명이 미발령 상태여서 추가모집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차진용.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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