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선 클린턴 성추문]증언전략과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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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섹스 스캔들로 17일 백악관 '맵룸' 에서 폐쇄회로TV 카메라 앞에 서는 클린턴은 주말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변호인들과 전략을 짜느라 하루종일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어떻게 증언할 것인지는 당일 아침 본인이 혼자 결정할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들리는 얘기는 클린턴의 기세가 수그러드는 쪽이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성관계는 결코 없었다" 며 고개를 곧추 들던 클린턴은 최근 일부 성관계를 시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클린턴 특유의 '수사학 (修辭學)' 이 동원될 전망이며 특히 '부적절한 (inappropriate)' 이란 표현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몇가지 증언 시나리오를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클린턴의 작전방향은 대체로 '성접촉 시인, 위증교사는 부인' 이라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는 듯하다.

끝까지 결백을 고집하다 만의 하나 결정적 물증이 나타날 경우 지금까지 우호적이었던 여론마저 돌아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클린턴으로서는 최선의 목표를 고집하다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드는 우 (愚) 를 범하기보다는 차라리 차선을 선택함으로써 정치생명은 지키자는 쪽으로 마음을 정리했다고 볼 수 있다.

클린턴의 방향 선회는 무엇보다 성추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여론의 지지가 버팀목이다.

최근 CBS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이 대통령직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67%나 됐고, 위증.위증교사를 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에도 "사임해야 한다" (17%) , "탄핵절차를 밟아야 한다" (13%) 는 의견은 30%에 불과했다.

백악관으로서는 성관계 부분시인이 대통령의 도덕성에 다소 상처를 줄지는 몰라도 탄핵이라는 극단적 결과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과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클린턴의 정치적 주판알 퉁기기는 국민설득 전략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비디오 증언을 마친 후 전국민을 상대로 한 TV 사과연설에 나설 것을 고려중이라고 일부 측근은 밝혔으나 또 다른 측근은 이같은 연설이 오히려 여론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클린턴은 증언을 마친 후 결과가 만족하다고 판단돼야만 대중연설을 결심할 것" 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신뢰성 결여는 탄핵 여부를 떠나 대통령을 끊임없이 도덕적 시비에 빠뜨려 2년5개월 남짓 남은 대통령직 수행에 큰 지장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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