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힐러리, 보스턴의 밤 달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 26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장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내 힐러리 상원의원을 껴안고 있다. 클린턴은 힐러리의 소개로 대의원 앞에 나섰다. [보스턴 AP=연합]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행사는 클린턴 부부의 독무대였다.

26일 오후 7시 보스턴 시내 플리트센터에서 시작된 행사에서 장내를 가득 메운 4300명의 대의원과 1만5000명의 참관인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상원의원(뉴욕주)의 말 한마디, 손짓 하나에 열광했다. 그 어떤 수퍼 스타의 공연도 이날 밤의 열기를 능가하기는 쉽지 않을 듯했다.

민주당원들은 행사장 전면에 설치된 대형 TV 화면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힐러리 상원의원의 모습이 비춰질 때마다 자지러질 듯 환호했다. 클린턴 부부 때문에 존 케리 대통령 후보와 존 에드워즈 부통령 후보가 왜소하게 보일 수 있다는 우려는 이유가 있었다.

2008년에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가 유력시되는 힐러리 상원의원은 이날 눈에 확 띄는 노란색 바지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주최 측은 처음엔 힐러리에게 연설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당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을 소개하는 약 5분간의 시간을 준 것이다.

구설을 의식한 듯 힐러리 상원의원은 "케리 후보를 우리의 군사령관이자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치켜세웠다. 부통령 후보인 에드워즈에 대해서도 "그는 똑똑하고 정열적이며 미국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었다. 오후 10시30분쯤 폭죽처럼 터지는 당원들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클린턴은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장내를 압도했다.

그는 "9.11 테러 이후 모든 미 국민은 단결했고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쳤다"면서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런 국민의 기대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하고 미국을 우익 쪽으로 몰고 가는 데만 열중했다"고 공격했다.

클린턴은 또 "누구나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걸 회피하려고 했지만 케리는 그곳에 자신을 보내 달라고 했다"면서 "케리는 상황이 어려울 때마다 책임을 회피하는 대신 자신이 그곳에 가겠다고 했고 우리는 이제 그를 백악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민주당원들은 클린턴의 연설에 아홉차례나 기립박수를 보냈고, 감격에 겨운 일부 당원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앨 고어 전 부통령도 연사로 나와 "솔직히 말해 2000년에 이어 이번에도 내가 이 자리에 서고 싶었지만 이제 우리는 케리를 위해 모든 걸 걸고 뛰자"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보스턴=김종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