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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에 촬영세트도 유실…'낯선 드라마'시청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지난 6일 오전 8시쯤 벽제의 야외 세트촬영장을 찾아간 MBC드라마 '육남매' 제작진은 망연자실했다. 드라마 속 동네가 온통 물바다로 변해있었기 때문이었다.

촬영장 옆 폭 1m 정도의 개울이 완전히 강으로 변했고, 중요한 건물인 '2층짜리 여관' 이 물에 휩쓸려 내려갔다.

단순한 피해가 아니라 기초토양이 유실되고 주변이 엉망으로 변해 손을 쓸 수 없었다. 더욱이 인근 주민들의 수해가 심각하고 묘지까지 유실된 상황이라 촬영 자체가 눈치 보이는 분위기.

드라마 속의 동네가 좀 낯설고 음향이 이상해도 이해해 달라는 유재혁PD의 하소연. "결국 카메라를 여관쪽으로 돌리지 않는 방법으로 14일 방영분을 찍었습니다.

한데 강이 돼버린 개울물이 콸콸 흘러가는 소리와 마을 복구작업에 동원된 포크레인 소음 때문에 동시녹음이 거의 불가능했죠. " KBS아침드라마 '너와 나의 노래' 팀은 더 난리였다.

야외촬영 현장이 바로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강화도였던 것. 극중 주인공들이 학창시절부터 마음의 안식처로 삼았던 저수지변이 완전히 물에 잠겼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길로 계속 나왔던 동구밖길이 폐허가 돼버렸다.

특히 촬영용으로 만든 선착장이 폭우에 쓸려 맞은편으로 떠내려갔다.

홍수 이후 처음으로 13일 촬영을 나온 문보현PD는 "동네 주민들 보기가 미안하다" 고 걱정했다.

'육남매' 팀과 '너와 나의 노래' 팀이 지난 11일 수재의연금을 보탠 것은 이런 체험 때문 아닐까.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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