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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L자형 장기 침체 … 한·미 더 큰 위기 올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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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세계 경기침체가 5~10년 갈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이나 미국에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일본의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 겸 경제평론가인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66·사진) 박사가 “세계 경제가 당분간 L자형의 장기 침체를 보일 것”이라며 최근 제기되고 있는 ‘세계 경기 바닥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오마에 박사는 11일 제주에서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주최 ‘중소기업리더스포럼’에서의 강연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내구재 소비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아직 세계 경제가 바닥 탈출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경우 신용거래 및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당분간 고전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은 전 세계에 공장이 분산됐고 불황을 극복한 경험이 있어 경기 하강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하며, 중국도 탄탄한 내수 시장이 있어 상황이 다소 유리하다”며 “그러나 외화 차입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한국과 미국은 지금보다 더 어려운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10조 달러 규모의 국제 펀드를 조성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장기적으로 유럽연합(EU)·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TVT(터키·베트남·태국)가 세계 경제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과도한 대미수출 의존에서 벗어나 이들 신시장으로 초점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2020년의 세계 5대 경제 강국은 유럽연합(EU)·미국· 중국·인도·일본 순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마에 박사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중국 내수시장과 일본 노년층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성장은 과거의 수출 기반에서 벗어나 올 들어 내수 기반의 2단계로 전환한 상태”라며 “한국이 중국 내수시장 개척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오마에 겐이치=1943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났으며 미국 MIT에서 원자력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일본지사장과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을 지냈다. 94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선정한 ‘세계의 경제 사상가 5인’에 뽑혔다. 현재 ‘오마에 앤드 어소시에이츠’와 생활용품 사이트 ‘에브리디닷컴’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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