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NLL사태가 준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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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태'는 우리 안보체계에 심각한 허점들이 감추어져 있다는 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보고체계상의 적신호, 군에 대한 정치권의 무책임한 개입, 군 내부는 물론 통수권자와 군 사이의 불신 등 안보상 취약점이 속속들이 밝혀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나라의 안보가 정말 위태로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를 우리에게 주었다는 점에서 보완책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우선 이번에 드러난 핫라인 운영의 미비점이 보완돼야 한다. 핫라인은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경비정을 침범시켜 놓고 '지금 내려가는 것은 어선'이라는 식으로 북한이 악용하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도 드러났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이 핫라인을 교란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청와대와 군수뇌부 및 일선 지휘관 사이에 '핫라인'과 'NLL 사수'를 놓고 확실한 인식의 일치가 있어야 한다. 이번 사태가 'NLL 사수'에 역점을 둔 현장 지휘부와 '핫라인 내용 보고'에 비중을 둔 청와대와의 시각차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보고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점도 이번 사태가 준 교훈이다. 현장 지휘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보고가 상부에 전달되지 않는 사태는 두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군수뇌부 사이의 신뢰회복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도 확인됐다.

현재 군 내부에선 'NLL을 지켜도 다치고, 못 지켜도 다친다'는 조소가 나올 정도로 사기가 저하돼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런 현상을 직시하고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작전태세는 물론 안보 전체에 혼선이 있지 않도록 만반의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 북의 침범이 있으면 경고방송 후 경고사격을 하게 돼 있는 현 작전예규에 핫라인 내용과의 연관성을 보완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부 정치인들이 나서 청와대 총대를 메거나 군의 사기를 결정적으로 떨어뜨리는 발언을 하는 추태도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