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엄마와 함께해요 ⑤ - 미술관 체험 (rev.01)

중앙일보

입력


정은주씨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아들 송우제군과 함께 르누아르 작 ‘바느질하는 마리 테레즈 뒤랑 뤼엘’(1882)을 감상하고 있다.

“놀이처럼 명화를 감상해요.” 어른도 이해하기 어려운 명화를 초등학생이 엄마와 함께 쉽게 감상하는 방법은 없을까. 미술놀이전문가 정은주씨가 아들 송우제(9·경산 사동초3)군과 서울시립미술관 르누아르전을 찾아가 문답을 주고받으며 자녀와 함께 하는 명화감상 노하우를 공개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1단계 : 작품의 전체적인 틀을 보고 외형 살피기
엄마 : 제목은 보지 말자. 열린 마음으로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거든. 자세히 볼까? 뭐가 보이지?
우제 : 그네와 여자가 있어요.
엄마 : 또 누가 있지?
우제 : 어, 옆에 아이가 있네요. 못 봤어요. 그네바로 옆에 아저씨도 두 명 있고요.
엄마 : 아이와 아저씨는 뭘 하고 있는 것 같니?
우제 : 그네 타는 아줌마를 보고 있어요. 한 아저씨는 아줌마와 얘기를 하는 것 같아요.
엄마 : 아이는 아줌마를 왜 보고 있는 걸까?
우제 : 자기도 그네를 타고 싶어서요.
엄마 : 이곳은 어떤 장소인 것 같니?
우제 : 숲이요. 나무들이 많아요.
엄마 : 그렇구나. 숲에서 그네를 타는 여인을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그림이네.

2단계 : 아이가 몰랐던 새로운 정보 알려주기
엄마 : 그림에 전체적으로 얼룩덜룩한 무늬가 보이지. 저게 뭘까?
우제 : 음.. 잘 모르겠어요.
엄마 : 빛이야. 르누아르는 빛을 뛰어나게 묘사하는 화가로 유명했어.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면 어때?
우제 : 와! 햇빛이 아줌마의 옷에 비쳐서 반짝반짝거리는게 보여요.
엄마 : 이제 보이지? 그런데 햇빛이 왜 점처럼 찍혀 있을까? 우제 생각은 어때?
우제 : 나무 사이로 햇빛이 통과해서 점처럼 보이는걸 나타낸 것 같아요. 예쁘다...(몰입)
엄마 : 햇빛의 흐름을 한번 그네타는 아줌마에게서 관찰해 볼까? 어떻게 빛이 움직이는 것 같니?
우제 : 아줌마의 모자에서부터 옷을 타고 빛이 따라 내려와서 땅까지 움직이고 있어요.
엄마 : 그렇구나. 이 작품에서 르누아르는 그네타는 아줌마의 몸에 비친 빛을 섬세하게 표현했네.

3단계 : 감정 곁들여 감상하고 머릿속에 저장하기
엄마 : 이 작품을 보고 우제는 어떤 느낌이 드니?
우제 : 전 슬픈 느낌이 들어요. 햇빛은 있지만 숲이라 좀 어두운 느낌이고 사람들의 표정이 왠지밝아보이지 않아요.
엄마 : 그래? 우제는 이 작품에서 슬픈 느낌을 받았구나. 감상에는 정답이 없단다.
제목을 한번 읽어보자. 이 작품의 이름은 뭐지?
우제 : 그네. 1876년 작. 르누아르의 작품이에요.

정씨는 자녀와 명화감상을 하려는 엄마들에게“그림책 속의 그림을 보듯이 놀이처럼 감상하라”고 조언했다. 시대순이나 나라별로 정리해서 감상할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다. 일주일에 한두 작품을 별다른 준비없이 아이와 즐긴다는 마음 가짐이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정씨는 “완벽하게 감상해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면 명화는 아이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온다”며 “어린이 명화감상의 목적은 화가의 특징과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그림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