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 1년6월 → 1년 … 계속 거부당하는 비정규직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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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본 무대에 올랐다. 6월 국회의 최대 쟁점인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 일정상 이번 주엔 어떤 형태로든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5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만나 비정규직법 타결을 시도했으나 합의를 보지 못했다. 협상 결렬 후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선진과창조모임 문국현 원내대표(왼쪽부터)가 국회와 여의도 당사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은 하반기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위해서도 두 쟁점법안의 처리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 안 원내대표다.

그런 점에서 안 원내대표가 5일 비정규직법의 ‘1년 유예’안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힌 건 형식적으론 양보지만 내용 면에선 압박 카드다. 한나라당이 유예기간을 2년→1년6개월→1년으로 계속 줄이면서 유화적으로 나오는데도 민주당이 끝까지 대화를 거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20만~30만 명의 실업자가 생겨도 다른 곳에 가서 새로 취업하면 되니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사고방식은 해고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는 잔인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전임자(홍준표 전 원내대표)와 달리 김형오 의장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장의 고유 권한”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당내에선 안 원내대표의 그런 자세가 김 의장에겐 더욱 부담이 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세종시특별법을 매개로 자유선진당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안 원내대표가 취임한 뒤 새로 선보이는 원내 구상이다.

정부·여당의 입법 공세를 막아내야 할 민주당 이 원내대표 역시 일전을 불사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원칙적으로 지금 입장에선 시행에 초점을 맞춰 가는 게 옳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하는 게 옳다”며 안 원내대표가 수정 제안한 ‘1년 유예안’을 정면 거부했다. 그는 “1년 유예안은 ‘한나라당이 김 의장에게 보여주고 압박하기 위한 면피용으로 우리와 만나고 있구나’는 내 주장에 대한 답변이 아닌가 싶다”고도 말했다.

미디어법 처리와 관련해서도 이 원내대표는 “처음엔 4자회담, 6자회담으로 이야기하더니 우리가 응하자 없었던 일로 하고 상임위에서 논의하자고 한다”며 “상임위에서 논의하자는 건 (강행 처리를 위한) 수순으로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6월 국회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는 점점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는 기류다.

◆추미애의 눈물=추미애(민주당)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읽어내려가다 비정규직법 유예안을 절대 환노위에 상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강조하면서다. 추 위원장은 “어느 젊은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는 해고 불안으로 임신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고 한다”는 대목에서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서민 근로자들의 슬픈 현실을 외면하고 비정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추 위원장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라고 비판했다.

강찬호·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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