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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의 힘 … 발로 뛴 운용사 수익률 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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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올 상반기 주식시장이 빠르게 살아나면서 운용사엔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하지만 모든 운용사가 그 기회를 잡은 건 아니다. 시장의 변화를 발 빠르게 포착해 과감한 베팅을 한 곳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과감한 종목 베팅=“경기가 급격한 부진에서 벗어날 땐 종목장세가 나타나기 마련이죠. 종목투자를 강화한 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유진자산운용 김기봉 주식운용본부장의 말이다. 이 회사는 일반주식형펀드 운용사 중 2위(수익률 36.15%)를 차지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높더라도 녹색 성장주처럼 꿈이 있는 기업을 적극 편입한 게 주효했다.

흥국투신운용은 1분기에 일반주식형펀드 부문에서 하위권(36위)이었지만 상반기 전체론 10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 회사 김성일 주식운용본부장은 “코스피 1000포인트를 바닥이라고 보고, 향후 실적이 기대되는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짰다”고 말했다.

인덱스펀드에서도 적극적인 전략이 통했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운용사 중 1위는 NH-CA자산운용이 차지했다. 이진영 포트폴리오 스페셜리스트팀장은 “코스피200지수를 그대로 복제하지 않고 좋은 종목의 투자비중을 조금씩 높여 초과수익을 추구했다”고 설명한다. 이 덕분에 인덱스펀드 중엔 드물게 수익률(26.02%)이 코스피200지수(23.62%)를 앞섰다.

채권형펀드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포착한 운용사가 두각을 보였다. 상반기 1위를 차지한 아이투신운용은 일반 회사채뿐만 아니라 주식 관련 사채를 편입해 재미를 봤다. 이 회사 김형호 채권운용본부장은 “3월부터 기아차를 시작으로 굵직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잇따랐다”며 “다른 운용사와 달리 BW 청약에 적극 나서 수익률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채권형펀드 수익률은 6.05%로 전체 평균(2.35%)을 크게 웃돈다.

◆연 2000회 이상 기업 탐방=펀드 운용의 기본 바탕은 리서치다. 출범한 지 1년 남짓 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일반주식형펀드 운용사 1위에 오른 것도 리서치의 힘이다. 이 회사 이규호 마케팅팀장은 “운용관리인력 19명이 연간 2000회 이상 기업을 탐방하는 현장 중심의 리서치 덕분에 좀 더 빨리 변화를 포착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일반주식형펀드 3위에 오른 알리안츠GI자산운용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한 리서치를 강조했다. 이 회사 강정구 이사는 “중국·대만 등 해외 알리안츠 팀의 리서치를 공유하면서 한국의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의 경쟁력을 확인했다”며 “주가가 떨어졌을 때 그런 업종의 편입 비중을 높여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운용 규모가 1조원을 넘는 대형사 중엔 같은 지주사에 속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한국투신운용이 톱10(일반주식형펀드 기준)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가치투자’를 내세우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경우 운용 철학에 맞게 싸고 실적이 좋은 중소형주의 비중을 늘려 효과를 봤다. 이 회사 이채원 부사장은 “망하지 않을 기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는데, 그런 종목이 운 좋게도 테마로 분류된다든지 해서 성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신운용 김영일 상무는 “시장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관리한 것”을 전체 펀드가 골고루 좋은 성적을 낸 이유로 꼽았다.


금융증권팀=이희성·조민근·한애란 기자

바로잡습니다

표에서 평가 대상 운용사의 기준은 ‘설정액 300억원 이상’이 아니라 ‘순자산 300억원 이상’인 운용사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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