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게 얽혀버린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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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외상의 독주로 싱겁게 끝날 것 같았던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전이 혼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우선 오부치와 가지야마 세이로쿠 (梶山靜六) 전관방장관이 출사표를 던진데 이어 미쓰즈카파 (83명) 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郎) 후생상도 조만간 뜻을 표명할 예정이어서 3파전 국면이 됐다.

총재 자격으로 '파벌간에 합의된 인물' 과 '경제재건에 적합한 인물' 이라는 입장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게다가 자민당의 개혁, 즉 체질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가세하고 있다.

오부치 외상은 17일 오전 "이번 선거에 정치생명을 걸겠다" 며 출마를 분명히 했고,가지야마도 "일본을 구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치겠다" 며 사실상 입후보를 선언했다.

미쓰즈카파는 "조직수호를 위해 고이즈미를 단일후보로 내겠다" 며 표대결에 나섰다.

오부치 외상은 오부치파 (85명) 와 가토 고이치 (加藤紘一) 간사장이 중심인 미야자와파 (78명) , 야마사키 다쿠 (山崎拓) 정조회장이 핵심인 옛 와타나베파 (61명) 등 주요 파벌의 지지를 받아 한발 앞서 있다.

그는 '현상황은 자민당의 위기' 라며 파벌결속을 통한 표 굳히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자민당 총재선거 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은 '시장 (市場) 의 압력' 과 '자민당 개혁' 이란 돌출변수다.

필마단기 (匹馬單騎) 로 오부치파에서 뛰쳐나와 총재 입후보를 선언한 가지야마의 주변인물들은 "지금은 자민당의 위기를 넘어선 일본의 위기" 라며 "일본 경제재건을 위해 결단력있는 가지야마가 적임" 이라는 논리로 파벌결속력이 약한 초.재선 의원들을 파고들고 있다.

가지야마의 출마선언으로 주가.엔화가 급등한데다 특히 옛 와타나베파가 소속의원들에게 자유투표를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가지야마 진영은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가지야마에 대한 지지세력은 무파벌인 고노 요헤이 (河野洋平) 전총재, 오랫동안 보수연합을 함께 추진해온 에토 다카미 (江藤隆美) 전총무장관 등 비당권파가 중심이지만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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