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북원칙 흔들리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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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통령과 안보팀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해 뚜렷한 목소리를 냈다. 신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자 약 5개월만의 일이다.

이러한 입장정리는 속초 앞바다 잠수정침투이래 20여일동안 정부가 드러낸 혼란과 미적지근함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잠수정사건은 이번 간첩침투보다 규모가 큰 것이었는데도 정부는 간첩들의 시신만 북에 넘겨준 채 여태껏 재발방지약속은 커녕 사과도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늦긴 했지만 정부는 이제야 상황의 심각성과 국민의 불안을 분명히 인식했으며 일단 북한을 상대할 채비를 제대로 갖추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이제 출범 이후 남북간에 일어난 여러가지 화해와 긴장의 사건을 면밀히 반추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 신정부가 북한을 다루는 자세와 솜씨를 국민이 처음 목격한 것은 지난 4월 베이징 (北京) 남북차관급회담이었다.

북한이 이산가족재회문제에서 조금의 성의도 보이지 않자 정부는 북한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비료지원을 거부했다.

상호주의라는 교섭의 불문율을 정부가 지켜낸 것이다.

당시 대부분의 국민과 미국 등 우방은 정부의 이런 입장을 지지했다.

그러던 정부가 속초 잠수정사건때는 이런 원칙을 잃어 다수의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정권의 핵심담당자들은 그때 경제위기로 인해 국내가 너무 침체돼 있으니 대북이란 무대에서 뭔가 활력을 생산해내야 한다는 필요를 느꼈을는지 모른다.원칙보다 상황에 치우쳤던 정부의 대처가 국민의 신뢰지수 (指數) 를 떨어뜨린 것을 당국자들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엔 북한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때까지 2차 소떼지원과 금강산관광개발이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안보회의 의결서는 북에 관련자처벌까지 요구했다.

대통령은 "모든 수단을 다해 책임을 추궁하겠다" 고까지 선을 그었다.

정부는 다시 원칙으로 돌아온 것이며 이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다.

남북교류사업의 진행속도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신뢰다.

정부가 다수 국민의 정서에 맞는 이런 원칙을 회복한 것이 행여 7.21선거의 여권득표를 의식한 단기적 대응이 아니기를 우리는 바란다.

정부가 국민을 그런 전술적 차원으로 대하면, 그래서 선거후 대북정책의 중심이 또 흔들린다면 대북정책에 대한 신뢰의 추락과 국민의 혼선은 더 심해질 것이다.

반성을 요구하는 것 못지 않게 북한에 장기적으로 햇볕론을 적용해 개방으로 유도한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정부가 북한에 대한 요구를 관철해 국민이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햇볕정책을 반길 수 있는 날을 앞당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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