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종현 회장의 꿈 조림사업 36년 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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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사업소에서 생산한 호두, ‘우리 숲’ 브랜드로 시판

故 최종현 회장의 꿈 조림사업 36년 결실

고 최종현 회장이 생전에 인등산에서 나무를 심고 있다.

충북 충주 인등산에는 SK그룹 선대회장인 고(故) 최종현 회장이 30여 년 전에 심은 나무가 자라고 있다. 36년 전인 1973년 최종현 회장이 황무지였던 인등산에 심었던 30cm 높이의 나무가 지금은 지름이 30cm인 우량목으로 자랐다.

지금 인등산은 울창한 숲으로 변했다. 벌거숭이 산에 나무를 심어 30년 후 고급 목재로 자라면 이를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하겠다던 최종현 회장의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최종현 회장은 생전에 “나무를 키우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라며 “나무도 사람 키우는 것과 같다. 서양사람들이 잘 먹기 때문에 체격이 좋은데, 나무도 잘 먹이고 보살펴야 잘 클 수 있다. 사람 키우듯 나무를 키워라”라고 말했다. 최종현 회장은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현 SK임업)를 만들고 이듬해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해 올해로 36년째다.

SK임업은 현재 충주 인등산, 천안 관덕산, 영동·오산 등 4개 사업소에 모두 4,100ha(여의도 면적의 13배)의 임야를 조성해 조림수 40종, 조경수 80여 종 등 378만 본의 나무를 키우고 있다. 수종은 당시 국가에서는 녹화를 위해 상록수를 권장했으나, 산소 배출량이 많고 미관이 아름다우며 경제성이 뛰어난 활엽수 중심으로 선정해 자작나무 등을 선택했다.

선친 때부터 이어져온 36년의 조림사업은 이제 큰 결실로 다가오고 있다. 천안사업소에서 생산한 호두는 2005년부터 ‘우리 숲’이라는 브랜드로 시판한다. 최종현 회장이 생전에 조림지에 외국의 유망 수종 중 흑호두나무(Black Walnut)를 심도록 한 것이 결실을 보게 된 것.

흑호두나무는 무늬·색감·재질이 뛰어나 고급 가구재 및 건축재로 각광받는 세계적 고가 목재였다. 1972년 워커힐 등에 100그루를 처음 심은 데 이어 1976년부터 천안 조림지 330만m2에 흑호두나무를 심어 현재 수만 그루가 자라고 있다. SK그룹은 인재 중시 기업문화를 확산해 나가기 위해 2003년부터 그룹 연수원(SK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집합교육 때 교육생들이 직접 충주 인등산 ‘인재의 숲’을 산행하도록 한다.

특히 신임 임원교육 등 인재를 양성해야 할 경영자급은 인재의 숲 산행이 필수 항목이다. 최태원 회장이 선친의 뜻을 이어 30년 나무 육성과 인재 양성을 같은 연장선상에서 보기 때문이다.

글 박미숙 월간중앙 기자 [splanet88@joongang.co.kr]

<월간중앙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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