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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폭탄' 불발?…출산율 하향곡선 뚜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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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류 전체를 먹여 살리려는 전투는 실패로 끝났다. 앞으로 세계는 인구과잉에 처함으로써 기근과 질병을 경험하면서 수억명이 굶어죽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

68년 미국의 저명한 인구학자 폴 에리히는 '인구폭탄' 이라는 책에서 이같이 대재앙을 예언했다. 당시 많은 학자들이 그의 주장에 맞장구를 치면서 전세계인은 수십년 동안 인구폭발의 악몽 속에 떨어야 했다.

그러나 그의 예언은 빗나갔다. 오히려 내년 중반 60억 돌파를 앞둔 지금 인류는 전에 볼 수 없었던 풍요를 구가하고 있다.

1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구의 날' . 나피스 사딕 유엔인구기금 (UNFPA) 사무총장은 이번 행사를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세계 인구는 줄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추세가 가속될 것" 이라며 억제가 아닌 새로운 인구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인류는 녹색혁명과 유전공학의 덕택으로 식량은 넉넉하고 에너지도 풍족하게 사용하고 있다. 공해와 유아 사망률 등이 줄어 기대수명은 늘어나는 상태다.

전세계적으로 현재의 인구증가율을 유지하려면 여성 1명의 평균 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평균 출산율은 선진국에서 50년대 2.8명이었으나 1.6명으로 떨어졌고 유럽과 일본에서는 각각 1.5명과 1.4명으로 줄었다. 제3세계에서도 60년대 6.0명이었으나 오늘날 3.0명에 그친다.

오스트리아의 국제응용시스템분석재단 (IIASA) 은 출산율과 사망률 추이를 분석, 2100년쯤 전세계 인구를 65억명 정도로 추정하고 "인구증가는 정점에 다다랐다" 고 진단했다.

이제는 인구억제가 아니라 사회계층간.성별간.지역간의 경제적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이 이 시대의 과제라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의 조사에 따르면 60~91년 사이 전세계 인구의 가장 부유한 20%의 수입은 70.2%에서 85%로 증가한 반면 가난한 20%는 2.3%에서 1.4%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세계 인구의 20%에 불과한 북반구는 전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75%를 차지하고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염화불화탄소 (CFC) 를 90%나 방출, 환경 파괴에 앞서고 있다.

따라서 새 밀레니엄을 향한 인구정책은 양 (量)에서 질 (質) 로 무게가 옮겨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늘날 세계인구는 초당 3명씩 늘어나고 지난 10년 동안 10억명이 증가했으며 더 늘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21세기 인구를 결정할 10대 후반~20대 전반에 있는 젊은층의 생활양식이 바로 그 변수다.

이들의 결정에 따라 인류는 다시 인구과잉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번 '세계 인구의 날' 행사의 주제를 청소년의 성교육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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