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엄마들이 푹 빠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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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엄마들이 푹 빠졌네~
커피 한잔에 영어 한마디


30~50대 여성만 참여 가능한 바운더리 클래스. 지난 22일 참여한 주부 수강생들은 음식이란 주제로 즐겁게 프리토킹 수업을 받았다(사진上). 아래쪽은 문화교류를 위해 무료로 클래스를 진행하는 강사들. 최명헌 기자

커피향이 짙게 나는 카페에서 한가롭게 수다를 떨고 있는 주부들. 이때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외국인이 그녀들을 향해 “Hello, guys~, What were you guys talking about?”이라며 말을 건넨다. 그 순간 귀를 의심한다. 주부들의 입에선 영어가 술술~.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30분. 잉글리시카페 모자이크(분당구 정자동)에서 열리는 바운더리 클래스(Boundary Class) 현장 모습이다. 

클래스 시작 5분 전. ‘첫 클래스부터 빠지지 않고 수강 중’이라는 주부 손영화(49·분당구 정자동)씨가 “오늘은 아만다 선생님과 음식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어요”라며 말문을 연다. 이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보인다. 지난주 나오지 못했거나, 첫 수업을 받는 이들이다. 지난 22일 클래스엔 9명이 참여했다. 전주에 비해 5명이 줄어든 숫자. 수업이 30~50대를 대상으로 오전에 열려 대부분 수강생들이 주부다. 이 날은 인근 유치원에서 학부형 행사가 있는 탓에 평소보다 수강생이 적었다. 하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는 주부 김미정(36·분당구 구미동)씨 같은 수강생도 있었다.
 
전업주부 10년, 바닥난 영어실력 회복에 재미
“아이가 영어 단어를 물었는데 스펠링이 헷갈리는 거에요.” 명문대 영문과 출신으로 직장에서 해외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하지영(39·분당구 서현동)씨.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10년째 전업주부로 지내다보니, 영어를 접할일이 잘 없어 실력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하씨는 잃어버린 영어실력을 되찾기로 결심했다. 문제는 공부할만한 장소였다. 학원 등록은 내키지 않았기 때문. “성인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학생·젊은 직장인들과 어울려 공부하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초등생인 딸아이 때문에 갑작스런 일정이 많아 빠지지 않고 다닐 자신이 없더라고요. 포기하려던 순간 이곳을 발견했어요.” 지난해 10월 친구와 차를 마시려고 우연히 찾은 모자이크카페에서 영어 클래스 안내문을 접하게 됐다. 다양한 커리큘럼 중 눈에 번쩍 들어온 것이 바로 바운더리 클래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주부들과 원어민에게서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게다가 ‘무료’ 라는 문구도 강하게 마음을 자극했다. “수강신청 절차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원의 말에 하씨는 다음주 바로 수강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운 편. “영어는 스피킹이 굉장히 중요한데, 수업이 프리토킹으로 진행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입이 열리게 됐다”고 전했다.

아이 위해 영어카페 다니다 문화 배우는 재미도
손영화씨의 경우 자녀 교육 때문에 찾았다가지금은 다양한 문화를 배우는 재미에도 빠졌다. “아이에게 영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선 부모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손씨는 인터넷을 통해 영어동호회를 찾던 중 잉글리시카페가 생긴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픈하는 날부터 다녔다. “영어실력이 많이 향상 됐어요. 이젠 영어가 자연스럽게 나오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점은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거에요. 강사들이 미국·캐나다·영국 등 다양한 나라 출신이거든요.”
 
이 곳의 주인인 동시에 자선단체 활동가이기도 한 잭 리드(38·수지구 성복동)씨와 제니리드(29)부부. 이들은 “분당지역에는 외국인이 많은 편”이라며 “강사는 대부분 인근 대학의 교수나 회사원, 여행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지인들이어서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영어를 매개체로 문화교류와 친목을 다지는 공간으로 오픈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주부를 위한 수업으로 엄마와 아기 클래스(매주 화요일 저녁 7시30분·출산 후 해야 할 일을 여성 원어민 강사가 지도)가 있다. 또한 비지니스·취업면접·생활영어 등 다양한 수업(유료 또는 무료)도 진행된다.

이유림 기자 tama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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