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중국방문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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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정부는 진수성찬으로 외빈을 녹였던 과거와 달리 이번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문 때에는 '검소한' 대접으로 일관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3찬1탕 (三餐一湯) 으로 표현되는 식단. '금세기 중국의 최대 외교활동' 이라며 장쩌민 (江澤民) 국가주석이 클린턴 대통령의 방중 행사 준비를 직접 독려했지만 지난달 27일 나온 만찬 메뉴는 검소하기 이를데 없었다는 후문.

중국 외교부에 확인한 결과 세가지 요리와 탕 하나가 전부였다고. 닭고기 요리와 전복 요리, 그리고 버섯.채소를 곁들인 스테이크가 나왔고 식사 뒤에는 후식으로 과일 등이 추가됐다는 것. 이는 중국의 당정 (黨政) 기관이나 기업들이 보통 연회를 베풀 때 나오는 메뉴 정도였다는 귀띔.

○…중국인들은 클린턴 대통령이 과거 중국의 해외유출 문화재를 돌려줘 '귀한 선물' 을 받았다며 몹시 만족해하는 분위기. 클린턴 대통령이 되돌려준 문화재는 중국 북송 (北宋) 시대의 철종 (哲宗) 무덤에 서있던 석조물의 머리 부분. 이 석조물이 도둑맞은 것은 지난 96년 11월26일.

문화재 전문 도굴범들이 야음을 틈타 머리 부분만을 잘라낸 다음 미국으로 밀반출됐으며, 이것은 지난 3월 미국 경매시장에서 12만5천달러에 팔렸다.

그러나 이같은 정보를 입수한 중국 경찰이 미국측에 협조를 요청, 클린턴 방중에 맞춰 문화재 반환이 성사된 것.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여사는 29일 중국에 대해 법률개혁과 여성의 법적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을 촉구하는 등 변호사다운 모습을 과시. 힐러리 여사는 이날 '베이징 (北京) 여성법률 연구.구조 센터' 에서 연설을 통해 "나도 법학 교수를 지내고 법률구조센터를 운영한 경험에 비춰 법률 구조가 사람들의 삶과 법 체계의 실질적 가동에 얼마나 중요한 창구인지 잘 알고 있다" 고 강조. 한편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도 중국정부가 법치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치하한 뒤 보다 강력한 법률개혁 추진을 촉구.

○…마이크 매커리 미 백악관 대변인은 29일 베이징 시내에서 쇼핑을 위해 잠시 거리로 나왔다가 클린턴 대통령의 차량행렬 때문에 도로가 봉쇄되는 바람에 리무진을 포기하고 한 시민의 도움을 받아 3륜 자전거를 타야 했다고.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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