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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잠수정]의문점 남은 국방부 발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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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북한 잠수정 사건이 발생 1주일만에 29일 국방부 발표로 마무리됐다.

국방부는 잠입한 공작조는 없으며 승선인원 9명 전원이 복귀하는 도중 자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해안상륙 후 무엇을 했나 = 잠수정의 저격수 3명이 잠수정을 떠나 육지에 머물렀던 시간은 61분. 국방부는 이 시간 중 저격수들이 드보크 설치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근거는 잠수정 안에서 드보크를 팔 때 이용하는 삽이 발견된 것. '드보크 설치' 는 70t짜리 잠수정과 9명의 정예요원을 투입한 작전의 임무치고는 너무 단순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산음료 페트병 어디서 났나 = 국방부는 잠수정 안의 '롯데 칠성 사각사각' 페트병에 대해 "중국 옌볜 (延邊) 이나 러시아로 수출된 상품이 북한으로 유입될 수 있다 "며 내륙에 침투한 공작원이 입수했을 경우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제품은 옌볜지역에는 캔으로만 수출됐고, 러시아 수출품엔 러시아어로 된 라벨이 붙어 있었다.

국내에서 암약하는 고첩이 잠수정 안으로 들여보냈거나 예전에 국내에 잠입했던 공작조들이 북으로 가져갔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북한요원의 국내 잠입이 일상적으로 이뤄진다는 추론에 대한 반증이 된다.

◇왜 11시간 동안 영해에서 머물렀을까 = 잠수정은 22일 임무를 마친 뒤 곧바로 북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전3시10분 잠복지로 이동, 11시간이상 잠복한 뒤 오후2시에야 313 연락소와 평양 노동당으로 "더 이상 잠복하지 못하고 복귀하겠다" 는 교신을 보낸 후 북쪽으로 출발했다.

때문에 임무를 마치면 바로 복귀하는 잠수정의 성격상 다른 임무가 있었거나 북으로부터 교신을 기다리며 대기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는 고장수리를 위해 대기했다고 추론하지만 탐지가 어려운 새벽에 공해상으로 탈출해 수리하지 않고 왜 위험한 영해에 머물렀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 더구나 잠수정은 발견 당시 북동쪽으로 30여분 이동했을 정도로 엔진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승선 인원은 9명일까 = 국방부는 잠수정 안에서 9명분 식기.의복이 발견됐고, 명단도 9명으로 시신수와 일치하는 점을 들어 승선원은 9명뿐이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저격수 3명의 이름은 명단 기록지가 찢겨나가는 바람에 국방부가 편지의 수신인을 참조해 유추한 것. 더구나 공작원들은 통상 이름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명단만으로 승선인원 전부를 파악하는데는 무리가 따른다.

◇왜 잠수정을 파괴하지 않았나 = 잠수정 내부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다.

자폭을 놓고 승선원간에 갈등을 빚다 미처 파괴하지 못했다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 하지만 자폭할 정도의 자세였다면 어떻게든 잠수정 안의 각종 기록.장비를 파괴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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