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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인수자 없으면 산업은행에 팔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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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의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은 28일 대우건설 처리 방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어떤 방식이 대우건설을 처리하는 데 가장 현실성이 있는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익명을 요청한 산은 관계자는 “대우건설을 공개 매각하거나 산은이 사모주식펀드(PEF)를 조성해 인수하는 방안 중 어느 쪽이 더 현실적인지를 집중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일단 금호의 자체적인 해결 방안(시장 매각)을 세밀하게 따져 볼 계획이다. 금호의 해결책을 우선시하되, 그 방안이 풋백옵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어야만 받아들이겠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풋백옵션 행사 시점이 12월 중순이지만 관련 절차를 감안하면 시간이 별로 없다”며 “매각을 추진하다가 안 되면 PEF에 넘기려는 식으로는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만간 제3자 매각과 산은 PEF 인수 중 양자 택일을 하겠다는 뜻이다.

금호 입장에선 제3자에 대우건설을 팔 수만 있다면 산은 PEF에 파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손해를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상황이 바뀌면서 금호는 산은 PEF에 대우건설을 매각할 의무조건에선 일단 풀려났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산은 관계자도 “금호 측이 새로운 투자자 유치안을 포기했기 때문에 7월 말로 정했던 시한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 분위기에 비춰 대우건설의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금융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PEF 직행 가능성이 더 높다는 얘기다. 산은 PEF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산은은 향후 조성하기로 한 1조원 규모의 대기업 구조조정 펀드를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하기로 했다. 이 경우 금호는 나중에 형편이 좋아지면 대우건설의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게 된다.

앞으로 산은은 주채권 은행으로서 금호의 구조조정을 보다 세밀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금호가 다양한 부문에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금호의 유동성 문제는 대우건설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 폭과 속도를 종합적으로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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