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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렇구나, 스핑크스의 뒷모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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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이집트 기자 스핑크스 석상의 뒷모습. 굵은 꼬리가 엉덩이에서 빠져 나와 오른쪽으로 휘감긴 다음 뒷발 위로 솟아 거의 등에까지 이른다. 웅장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로마제국은 광대했습니다. 지중해 너머에도 로마제국이 있었습니다.”
2007년에 펴낸 전작 『로마제국을 가다 1』에서 독일·프랑스·스페인·영국 등을 누비며 ‘로마제국’의 서방을 그려낸 저자가 이번엔 지중해를 건넜다. 지중해는 ‘로마의 호수’. 고대 세계에서 ‘문명의 우물’이었던 이 바다를 에워싼 제국의 위용은 아프리카·이집트·중동에서도 여전히 화려하게 남아 있다.

책이 첫 번째 여정으로 삼은 곳은 ‘동방의 고도(古都)’들. 저자는 레바논·요르단·시리아를 중심으로 로마의 동쪽 끝, 제국의 태양이 떠오르던 동·서 문명의 접경을 훑었다. 이 지역은 구약성서와 초기 기독교의 사연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로마인들은 성서의 세계를 정복함으로써 스스로 이 종교의 숙주가 된 셈이다. 21세기까지 이어지는 종교·문명 전쟁 속엔 기독교의 탄생이 있었고, 그 기원엔 로마의 정복 전쟁이 있었으니…. 사진기자인 저자는 카메라의 ‘노출시간’을 수천 년에 맞춰 그 아득한 세월 속 희미해진 역사적 피사체를 잡아냈다.

두 번째 여로는 아프리카다. 튀니지·리비아의 도시들도 ‘제국의 변방’으로서 로마의 지리적 시야를 넓혀 준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옆의 렙티스마그나엔 로마 시대 ‘최고(最高)’의 원형 극장이 있다. 이곳이 ‘최고’인 이유는 북아프리카 지중해 수평선을 무대 뒤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튀니지 엘젬에는 로마시대 세 번째로 컸다는 원형 경기장이 있다. 로마·이슬람·유럽 등 역사상 패자(覇者)들이 거쳐 갔던 이 검은 대륙의 사연을 읽는 것만으로 문명의 연대기는 충분할 정도다.

마지막 방문지는 이집트. 카이사르·안토니우스와 벌인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애정 행각만으로도 로마의 역사에 깊숙이 얽혀 있는 곳이다. 잠깐, 여기서 저자의 사진기자다운 ‘앵글 감각’을 접할 수 있다. 스핑크스의 꼬리를 본 적이 있는가? 나폴레옹이 대포로 박살냈다는 스핑크스의 코에만 관심을 뒀지, 이 신화 속 동물에 꼬리가 달렸는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을 터. 책의 539쪽에서 스핑크스의 뒷모습을 담은 흔치 않은 사진을 볼 수 있다.

참고로 나폴레옹은 억울하다. 그가 이집트 원정에서 스핑크스를 향해 대포를 쐈다는 이야기는 20세기 영국인의 모함이라고. 스핑크스의 코를 훼손한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이집트 이슬람 왕조라는 게 정설이다. 맘루크 왕조의 원리주의적 이슬람 신앙이 이 고대의 우상을 정조준했다고 한다.

‘로마제국 기행’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아피아 가도를 따라 북상해 로마에 입성한 다음, 포로 로마노에서 폼페이우스의 극장까지 걸어가 카이사르가 암살당한 현장에서 여행을 끝내고 싶습니다.” 저자의 여행을 더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

배노필 기자 pen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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