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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기능대 '실업자 재취직 홈패션과정 작품발표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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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실업자 재취직 홈패션과정 작품발표회' . 대구달서구 섬유기능대에서는 25일 이색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패션과는 거리가 멀었던 여성 실직자 25명이 그동안 이 대학에서 들어와 배운 기술로 만든 첫 작품 50여점을 자랑하는 자리였다.

전시장에는 어린이 원피스.잠옷등 아동의류, 방열장갑.문고리 손잡이등 주방소품, 화장품 케이스.가방등이 전시됐다. 성인용 원피스와 쿠숀등 거실소품들도 선보였다.

이번 발표회에 작품을 전시한 사람들은 이 학교 홈패션 교육과정 참가자들. 지난달초부터 다음달 말까지 3개월 과정의 교육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주부 이영은 (李榮恩.35.달서구이곡동) 씨는 봉제공장에서 생산직으로 2년간 일하다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고 이 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 李씨는 "홈패션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서 실직의 아픔을 잊고 또 다른 일을 해볼 수 있다는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됐다" 며 전시된 자신의 작품을 자랑스러워했다.

李씨는 앞으로 생활한복을 더 배워 조그만 가게를 낼 생각을 갖고 있다 9년간 일하던 은행에서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윤향숙 (尹香淑.28.여.달서구도원동) 씨는 "고교 졸업후 취업해 줄곧 일해온 직장을 잃은 마음이 오죽했겠느냐" 며 "홈패션은 생활기술이기 때문에 꼭 재취업하지 못하더라도 생활에 큰 보탬이 될 것 같다" 고 말했다.

이 교육과정 참가자들은 이들처럼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섞여 있다.

젊은 여성들은 보험.금융회사등의 사무직, 나이든 주부들은 대부분 섬유업체등의 생산직에 근무하다 올들어 부도나 회사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동안 매일 오전9시부터 4시간 동안 이 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들로부터 재봉기술 기초에서부터 응용법에 이르기까지 홈패션 기술을 배웠다.

패션디자인학과 학과장 윤진경 (尹眞京.34.여) 교수는 "처음에는 실직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등으로 제대로 교육이 될 지 걱정했으나 한 사람도 지각.결석없이 서로 물어가며 배우려는 열기가 넘쳤다" 며 "그 덕분에 한달여만에 이같은 작품 발표회도 가질 수 있게 됐다" 고 말했다.

발표회는 이들 스스로 갖기로 결정한 것. 대학생들의 작품발표회에서 힌트를 얻었다.

전시장을 둘러 본 이 대학 패션디자인과 서명훈 (徐明勳.25.2년) 씨는 "이 정도 솜씨를 내려면 학원에서 6개월 이상 배워야 가능하다.

전문적으로 배우는 학생들의 솜씨를 능가할 정도" 라며 감탄했다.

신성순 (申聖淳) 학장은 "낙심하던 이들이 다시 해보겠다는 용기를 갖게 된 게 가장 큰 성과" 라며 "과정 이수후 새로운 일자리를 얻거나 소자본 창업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이들이 보여주고 있다" 고 말했다.

대구 =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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