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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아이들의 영원한 친구 공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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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포링쿠스=몸길이 : 1m, 날개폭 : 1 ~ 1.5m, 몸무게 : 20㎏

▶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1억년 전 경남 진주. 호숫가에서 초식 공룡들이 물을 마시고 있었다. 몸길이 30m, 무게 50t짜리 브라키오사우루스, 4 ~ 5m 정도의 오리주둥이 공룡 등이었다.

오리주둥이 공룡들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봤다. 뭔가 불안을 느낀 듯했다. 커다란 고사리류 식물 들이 우거진 숲 속을 한참 바라보다 다시 물을 먹기 시작했다.

고사리 숲 속. 거대한 형체가 슬슬 움직였다. 아크로캔토사우루스. 티라노사우루스만한 몸집의 육식 공룡이다. 소리없이 숲가에 다다른 아크로캔토사우루스가 습격을 했다. 가까이 있던 오리주둥이 공룡이 당했다. 다른 오리주둥이 공룡은 물론 브라키오사우루스까지 놀라 도망치는 통에 땅이 쿵쿵 울렸다.

1억년 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을 일이다. 당시 남해안은 공룡들이 즐겨찾는 호숫가였다. 물뿐 아니라 고사리류 등 식물도 풍부해 초식 공룡이 모여들었다. 당연히 이들을 먹이로 삼는 육식 공룡에게도 낙원이었다.

실제 전남 해남.보성, 경남 고성 등지에서는 당시 공룡들이 남긴 발자국과 뼈.알 화석이 많이 발견됐다. 육식 공룡으로는 아크로캔토사우루스를 비롯해 알로사우루스.메갈로사우루스류, 초식으로는 목 긴 공룡인 브라키오사우루스.티타노사우루스.유헬로푸스류의 화석이 나왔다. 익룡 람포린쿠스도 있다. 주로 1억2000만 ~ 8000만년 전에 살았던 것들이다. 6800만 ~ 6500만년 전에 번성했던, 영화 '쥬라기 공원'의 주인공 티라노사우루스와 벨로시랩터의 흔적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당시의 육식 공룡은 숨어서 먹잇감에 다가간 뒤 급습하는 사냥법을 주로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룡학자 이융남(한국지질자원연구원)박사는 "몇 t이나 나가는 몸으로 치타처럼 먹잇감을 쫓아가 잡으려면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 감당키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최근 시화호에서 '어미 공룡이 아기를 돌봤다'는 간접 증거도 찾아냈다. 알 화석이다. 크기는 타조알 절반인데 두께는 5㎜로 타조알의 세 배다. 이 정도면 안에 든 새끼는 도저히 알을 깰 수 없고 어미가 부화될 때를 알아서 깨줘야 한다. 부화에 그 정도 신경을 썼으면 태어난 뒤에도 잘 돌봤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여기고 있다.

해남에는 수수께끼 같은 목 긴 초식 공룡의 발자국 105개가 있다. 보통 지름 75 ~ 85㎝로 몸길이가 15m는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한 것은 전부 앞발자국뿐이라는 점이다.

최근 나온 해답은 이렇다. 발자국이 생길 당시, 이곳은 수심 2 ~ 3m의 호수였다. 육식 공룡에 쫓겨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호수에 목 긴 공룡이 들어갔다.

목긴 공룡은 뒤쪽이 뚱뚱하다. 자연히 물의 부력도 뒤쪽이 많이 받는다. 이 때문에 뒤가 둥실 떠올랐고, 공룡은 앞발만 호수 바닥에 디디게 됐다. 마치 사람이 손으로 땅짚고 헤엄치는 듯한 자세가 된 것이다. 그 상태에서 앞으로 계속 나아간 것이 앞발자국만 쭉 이어진 흔적으로 남았다.

해남에는 또 다른 수수께끼가 있다. 익룡의 발자국 흔적이다. 길이가 30㎝다. 이 정도라면 날개 폭이 15m는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세계 최대다. 현재까지 알려진 최대 익룡은 멕시코에서 발견된 날개 폭 12m짜리의 뼈 화석이다. 그러나 익룡이 아니라 다른 공룡의 발자국이라는 해석도 있어 아직 명확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연 세계 최대의 익룡이 1억년 전 우리나라에 살았던 것일까.

글=권혁주 기자<woongjoo@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 "1억년 전으로" 타임머신 여행

◆ 전남 해남=황산면 우항리 바닷가에 1억년 전의 공룡.익룡 발자국 약 1000개가 있다. 가장 큰 발자국은 길이가 1m35㎝다. 거대한 목긴 공룡의 것이다. 역시 1억년 전에 찍힌, 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도 있다. 화석지 전시관에는 목긴 공룡인 마멘키사우루스의 길이 22m짜리 전신 뼈대 등 공룡 화석 복제품 다섯 점이 있다. 입장료 어린이 500원, 어른 1000원. 주차는 무료. 061-532-7225.

◆ 경남 고성=하이면.삼산면.동해면 등의 바닷가에서 1억2000만 ~ 1억년 전의 육식.초식 공룡의 발자국 5000여점이 발견됐다. 공룡알 화석도 나왔다. 동해면에 붙은 당항포의 자연사박물관에는 오비랩터 등의 골격 진품과 각종 알.발자국 화석이 전시돼 있다. 어린이 1500원, 어른 3000원. 주차장이 공사 중이어서 150m쯤 떨어진 상족암 주차장(무료)을 이용해야 한다. 055-670-2825.

<그래픽 크게 보기>

*** 한반도에 살던 공룡들

(1) 오리주둥이 공룡

몸길이 : 6 ~ 10m
몸무게 : 3 ~ 7t

(2) 메갈로사우루스

몸길이 : 8m
몸무게 : 1t

(3) 브라키오사우루스

몸길이 : 28 ~ 30m
몸무게 : 50t

(4) 티타노사우루스

몸길이 : 12 ~ 18m
몸무게 : 15t

(5) 아크로캔토사우루스

몸길이 : 10 ~ 12m
몸무게 : 3 ~ 4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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