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클린턴 방중을 주목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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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25일 중국을 방문한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번 방중 (訪中) 은 지난 89년 천안문 (天安門) 사태 이후 멀어졌던 양국 관계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외교적 노력의 완결이라는 점에 1차적 의미가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방문에서 장쩌민 (江澤民) 주석이 제안한 미국.중국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공식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략적 동반자관계란 정치적으로 패권을 추구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협력하며 상호군사위협 제거와 지역분쟁에 대한 공동대처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클린턴 정부의 대중 (對中) 정책인 '개입' 과도 상통한다.

미국은 탈냉전시대의 유일 초강대국이지만 미국 혼자의 힘만으론 안정된 세계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

특히 동아시아에선 중국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고선 지역안정을 이룰 수 없다.

최근 인도.파키스탄의 핵실험에서 미국이 사실상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었던 것을 고려할 때 중국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양국간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에서 가장 민감한 현안이 바로 인권문제다.

천안문사태로 아직 투옥돼 있는 반체제 인사들이 2천여명에 달하며, 티베트 자치.독립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열기도 뜨겁다.

중국은 최근 일부 반체제 인사를 석방했으나 그것만으론 중국에 적대적인 국제여론을 잠재우기엔 크게 부족하다.

이밖에 중국의 미사일수출 억제, 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한 양국의 입장,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WTO)가입 문제, 연간 5백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대미 (對美) 무역흑자도 주요 안건들이다.

우리 입장에서 관심이 가는 것은 역시 한반도문제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지난번 방미에서 클린턴 대통령에게 한반도 4자회담.북한의 개방유도에 중국이 적극적 역할을 해주도록 설득해달라고 한 주문이 어떻게 결실을 볼지 주목된다.

현재 한반도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중 양국 정상들의 만남이 이산가족 상봉.남북 경제협력 등 긴장완화 분위기 조성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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