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유예” “폐지” “시행” 해법 제각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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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후 한 달 뒤인 2007년 8월 5000여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급여 방식이 시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됐고, 상여금과 성과급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었다. 이 회사의 류제희 인사지원팀장은 “비용이 많이 들기는 했지만 직원의 소속감이 높아지면서 고객 서비스 질 향상으로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左)가 25일 비정규직법 개정에 협조를 구하기 위해 국회 당대표실을 찾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右), 이영희 노동부 장관에게 모두발언을 통해 민주당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현재 이 회사가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은 한 명도 없다. 이 때문에 신세계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 회사에는 직접 고용된 인력은 아니지만 다양한 형태로 고용된, 사실상 비정규직 인력이 일한다. 백화점 매장에는 협력회사에서 파견된 ‘협력사원’이 근무하며, 청소·보안은 용역회사에서 파견된 직원이 담당한다. 성수기 때는 용역회사에 의뢰해 아르바이트를 쓰기도 한다. 이처럼 한 회사에도 고용 형태가 다양하다 보니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한 해법도 이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다.

단순노무직이나 중장년층, 100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고용 기간 연장이나 법 시행 유예에 찬성하는 경향이 크다. 회사 측에서 단순 업무 등을 하는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관행이 있는 기업이나 청년층은 기간 연장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고용 기간 등이 연장되면 나중에 정규직으로 가고 싶어도 때가 늦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해법은 여당-야당·노동계-정부-재계가 모두 다르다. 정부안은 경기 침체로 일자리 유지가 시급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자는 것이다. 재계는 고용 기간 제한을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야당 등의 반발을 고려해 현행 고용 기간 규정은 그대로 두고 법 적용을 유예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노조 단체들은 현행법을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박대해 의원은 “현행 비정규직법은 근로자의 처지에 따라 정규직 전환과 해고라는 양날의 칼과 같다”며 “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직종·성별 등에 따라 유연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종남 조사2본부장은 “근본적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용 기간 제한을 없애는 방법밖에 없다”며 ‘하루빨리 정치권에서 이런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문병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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